글/bokgil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bokiree

복길 2016. 5. 7. 23:51

[1] 여러분에게 있어 "종교"란 무엇입니까? 이 책을 읽기 전에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가졌던 생각이, 아마도 이 책을 읽은 후에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어쩌면 생각이 변함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변한 것도 좋고, 변하지 않은 것도 좋습니다. 변했다면 어떻게 변했는지, 또는 변하지 않았다면 변하지 않은 것 그대로, 함께 이야기해봅시다.

 

저는 종교를 가져본 적도 없고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의 근거가 철저한 자료조사에 의한 것이라거나 제가 가진 신념에 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일상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이 다소 부담스러웠고 저에게는 거부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모든 종교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다만 극단적인 내용을 자극적인 수단을 통해서 전달하려했던 일부 종교인들의 모습이 부각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종교를 가지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는 나약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초월적인 존재에게 나의 삶을 의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가 고민스러웠고, 힘들고 어렵고 괴로울 때만 그 존재를 찾게 되고 기대는 것이 비겁하게도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 종교를 통해 평온함을 얻고 삶의 원동력을 찾는 사람들을 볼 때면 종교를 가져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종교가 가지고 있는 깊은 역사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처음부터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하니 그건 종교로 얻는 위안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피로감을 안겨줄 것 같아 금세 포기하곤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는 제가 가지고 있던 종교에 대한 고민과 종교로부터 얻고 싶어 했던 부분들을 아주 정확히 짚어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교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빈틈없는 시스템입니다. 사실 이 결론은 책을 접하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내릴 수 있습니다.(현재를 사는 많은 무신론자들은 부정할지도 모르겠지만) 인류가 지구에 등장한 이후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종교와 함께 했고 과학이 지배하는 현재의 세상 속에서도 종교의 영향력(전쟁, 테러, 순례, 각종 의식)이 식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종교가 그렇게나 오랜 세월동안 인류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인류가 종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책에서는 아주 잘 설명해놓고 있습니다. 종교는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인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비겁하고 잔인하고 때로는 쓸모없는지를 파악하고 있었고 그러한 인간의 본성을 토대로 모든 것들을 쌓아 나갔던 것입니다. 제가 우려했던 의존증에 불안함까지도, 종교는 의존을 인정하는 힘이야말로 도덕적이고 영적인 건강의 지표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죄를 지으면서 태어나고 죄를 지으며 살아간다는 특정 종교의 전제는 인간의 나약함을 지극히 인간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주겠다는 관용과 인정의 내용이었습니다

책에서 설명하는 종교는 완벽에 대한 관념을 다른 세계로 옮겨놓고, 세상이란 원래 좌절로 가득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우리의 하찮음을 인식하는 것이 현실을 사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지금 저에게 있어서 종교는, 책을 읽기 전보다 더 설득력 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언제나 밝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살아나가라고 소리치는 요즘의 세상보다 어쩌면 종교의 관점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해주었습니다.

 

 

 

[2] 이 책은 종교가 가진 여러가지 미덕과 제도를 담고있습니다. 이번에는 그것들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아래에 두 개의 질문을 제시했습니다. [2-1]은 우리 모두가 답해야하고, [2-2]는 해당되는 분들만 답해주시면 됩니다.

 

[2-1] "가장 마음에 남는" 미덕과 제도는 무엇입니까? , "가장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미덕과 제도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것들이 왜 본인의 마음에 남았고,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었습니까?

페스툼 파투오룸, 바보들의 축제입니다. 이 축제를 통해 종교에 대한 경의를 표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바보들의 축제는 종교가 인간의 본성을 너무나 잘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책에서 표현한대로 써보자면 종교는 가끔 한 번씩은 우리가 그 가르침과는 반대로 행동하도록 허락해야 한다는 것을, 그렇지 않으면 자칫 우리의 영혼이 파탄에 이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종교는 갖가지 축하 행사라는 가장 정교한 순간에 이르러, 선과 믿음과 친절이 그 반대의 것에 대해서 빚을 지고 있음을 수긍하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제가 알고 있었던 종교는 선하고 착한 일이야 말로 인간이라면 당연히 행해야할 일로규정하고 있다고 짐작해왔습니다. 하지만 선과 믿음과 친절이 그 반대의 것들(놀이와 음주가무와 성관계 등)에게 빚을 지고 있음을 수긍한다는 종교의 솔직함에 많이 놀랐고 종교야말로 현대사회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시스템들보다도 어쩌면 더 훌륭한 건축물임을 인정하게 했습니다.

 

 

 

[3] 저자는 주장합니다. "현대인이 겪는 여러 가지 문제는 기존 종교가 제시해온 해결책에 의해서 성공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 종교는 매우 유용하고, 효과적이고, 지적이기 때문에 신앙인들만의 전유물로 남겨두기에는 너무 귀중한 것이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정말로 종교가 제시해온 해결책이 우리로하여금 성공적인 대처를 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저 신앙인들의 전유물로 남겨두는 것이 더 나을까요? '종교 이런게 다 무슨 소용이람?'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물론 종교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종교가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쓸모없는 것이 되지도 않을 겁니다. 종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인류와 함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종교는 사람들 마음속에 존재하는 유년기적 성향을 언제든지 편안하게 드러낼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해주면 그뿐입니다. 다만 더 많은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품고 있는 절망과 걱정들을 종교 속에서 풀어낼 수 있게 하려면 종교를 둘러싼 수많은 자극적 요소들과 수단들을 배제시키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완전히 배제시키지 못한다면 적어도 종교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모습을 강조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종교를 가진 사람에게 이상하고 알 수 없는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을 고려해본다면 위의 과정들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가 가진 지극히 인간적인 요소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만 있다면 인간성에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현대의 세계에서 상처받는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구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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