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theora 15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1. 7편의 수록작 중 나만의 대상은 어떤 작품인가요? 대상으로 뽑은 이유도 궁금해요. 한정현 원래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망한 사랑 이야기면 더 좋아하거든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 전체를 사랑하는 것이지, 그 사람이 이렇게 돼주었으면 하는 것은 아니야." "사랑 때문에 망하는 게 뭐 어때요?" 탐정 소설을 쓰는 남자들은 연애소설을 읽는 여학생들을 무시했지만 경준은 그렇게 말했다. 돈과 권력 때문에 망하는 사내보다 낫지 않나요, 라는 말과 함께. 안나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이 없는 채 그저 앞으로 걷기만 하는 경준의 손을 꼭 쥐었다. "그이도 너도 모두 강한 사람들이야." 언제나 변하지 않고 반복되기만 하던 소설 속 과학 소년들보다 삶을 위해 뛰어든 소녀들이 ..

글/theora 2022.02.19

패싱

1. 클레어에게 아이린은 무엇이었을까? 단지 자신이 그리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문에 지나지 않았을까? 그런데 클레어는 왜 아이린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했을까? 그에게 아무런 즐거움과 행복을 주지 못했던 세계인데 말이다. 그저 클레어는 평범하고 단순하고 안정적인 자신의 삶이 지루했던 것 아니었을까? 그 지루함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한 세계의 평화를 깨뜨리는 일 정도는 그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 정도가 아니었을까? 클레어는 오래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란 게 있었을까? 어쩌면 클레어의 죽음은 그 스스로의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2. 과도하게 안정된 삶에 집착하는 아이린이 이해가지 않으면서도 이해가 되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들이 모두 이상적인 것 처럼 보였다. 아이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자신이 견디는..

글/theora 2021.12.18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 패배한다

책에 대한 기본 정보를 거의 알지 못한 채로 읽기 시작해서 그런지, 처음 블루의 편지가 등장했을 때 이 책의 구성이 두 명의 편지글로 쭉 이어진다고 상상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레드의 편지가 다시 등장하고, 또 블루의 편지가 등장하며 처음 주고받던 초반에 나름 흥미롭게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의 시간을 초월한 편지가 떠오르기도 했고. 블루가 속한 진영(가든)과 레드가 속한 진영(에이전시)가 시간 타래(시간 가닥?)을 넘나들며 긴긴 싸움을 하고 있고, 어쩐지 이 싸움에 지친 양 진영의 에이스 전사가 온갖 서양 문화를 죄다 인용한 편지를 주고받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고, 한 쪽이 죽게 되는 뭐 그런 이야기. 플롯은 정말 단순한데, 형식과 박식한 인용이 특징으로 보였다. 각주가 너무 많아..

글/theora 2021.11.19

종의 기원

[1] 독서를 마친 후 여운이 가시기 전에 우리의 감정을 남기고 정리해 보면 좋겠습니다. (1)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2) 다 읽고 난 후에,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꼈습니까? 전반적인 감정도 좋고, 특정한 어느 부분에서 느낀 감정도 좋습니다. 처음 1부를 읽으면서, 사실 조금 읽기 싫다는 생각도 했다. 세세한 주변묘사가 내 목을 조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이 음침한 내용이 너무나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끔찍해서. 다 읽고난 후엔, 뭔가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맘이 착잡 하고 찝찝하기도한데 후련하기도하고.. 분명 처음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꼈다. 유진이 계속 살아가는 이 세상에 나도 함께있다는 생각에 끔찍하기도한데, 그를 옭아매던 모두가 사라진 그 세계에서 살..

글/theora 2016.07.23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첫 번째 물음] 어떻게 문장을 다듬는지 읽어보았으니 우리가 직접 문장을 고쳐봅시다. 여태껏 자신이 만들어냈던 에세이 중에 하나를 고릅니다. 그리고 그 에세이의 문항 중 하나를 정해서 문장을 고쳐보는겁니다. 그리고 고치면서 느꼈던 점까지!(소감은 아주 짧아도 상관없습니다) 물론 책에서 읽었던 수 많은 조언들을 반영하면 좋겠죠?(차이를 알 수 있도록 수정 전 문장과 후의 문장을 동시에 올려주세요.) 수정 전 : 작년 나는 나의 고도는 없다고 썼다. 사랑이 아니었다면 그 무엇도 기다리지 않았을거라고 했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 나는 무언가를 그토록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아마 어떤 계시같은 걸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하늘의 계시. 나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하늘의 계시같은 것. 가만히 앉아 기다린다고 계시..

글/theora 2016.07.10

계속해보겠습니다

(1) 소라나나나기 당신의 이름 세 글자는 무슨 뜻을 갖고 있나요. 당신은 당신의 이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나요, 혹은 그렇지 않나요? 이름 때문에 괴로웠거나 즐거웠던 적이 있나요? 당신의 이름은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이름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있었다면, 바꾸고 싶은 이름은 무엇이었나요? 당신의 이름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내 이름은 김민석입니다. 소라나나나기처럼 한자로 분석하면, 하늘 민에 주석 석. 엄마의 주장에 따르면 하늘의 보석이랍니다. 주석이 보석인지 보석과 주석은 다른 건지 보석 석은 없었는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궁금했지만 이제는 그냥 하늘의 주석이든 하늘의 보석이든 똑같은 광물이고 우리 엄마가 나를 아주 많이..

글/theora 2016.06.26

고도를 기다리며

[1]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알던 기존의 극과는 다릅니다. 황당할 수도, 흥미로울 수도, 별생각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든 생각을 알려주세요. 책에 대한 감상문이 되겠네요. 작년 이맘때 즈음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이번 수북 모임을 위해 이 책을 한 번 더 읽었다. 같은 책을 다시 읽었을 때 즐겁고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되었던 적이 많아 조금의 기대감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고도를 기다리며는 작년의 나와 지금의 나가 현저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만들지 않았다. 그것은 고도를 기다리며의 특징 때문일까? 인간의 실존에 대해 묻는 희곡이기 때문에, 작년의 나와 지금의 나가 많은 부분에서 다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일까? ..

글/theora 2016.05.31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now playing * 곽진언 1집 * [1] 우리의 수북모임 안에 나미야 잡화점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자신의 고민을 다음 모임 때까지 편지에 써서 가져와 주세요. 아무런 제약과 형식은 없으며 익명으로 써주시고 6월 달의 다음 모임 때까지 랜덤으로 선택될 상대방의 답변을 해오시면 됩니다. (봉투는 흰 봉투로 통일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온라인 에세이에서는 간단하게 1번 발제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써주세요. 없으면 안 쓰셔도 됩니다. 평소에도 고민이 많은 나지만 요즘은 특히 고민에 고민이 더해져 더이상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나를 짓누르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가끔은 사는게 숨이 차다는 느낌도 받았고. 다시 심리상담을 받아야하나 생각하기도 하고, 그저 이곳에서 ..

글/theora 2016.05.16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1] 여러분에게 있어 "종교"란 무엇입니까? 이 책을 읽기 전에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가졌던 생각이, 아마도 이 책을 읽은 후에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어쩌면 생각이 변함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변한 것도 좋고, 변하지 않은 것도 좋습니다. 변했다면 어떻게 변했는지, 또는 변하지 않았다면 변하지 않은 것 그대로, 함께 이야기해봅시다. 초등학교 때 성당에 열심히 다녔다. 물론 엄마가 성당을 열심히 다니셨기에 가게 된 것도 있지만 엄마는 나에게 성당에 가는 것은 너의 선택이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네가 맨 처음 성탄미사에 갔다가 성당에 나가겠다고 했다고 했다며 종교를 강요한 적이 없다는 말들을 하셨다. 아마 종교를 강요하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이라 생각해서 더더욱 내가 성당에 다니게 된 이유..

글/theora 2016.05.08

설국

[1] 여러분은 설국의 첫 문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거나 혹은 아무런 느낌이 없을 수도 있겠죠. 책의 첫 문장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과 그 이유 그리고 여러분에게 있어서 좋은 문장이란 어떤 문장인지도 함께 말해주세요. 이라는 책을 알게 된 건 분명 ‘첫 문장’ 때문이었다. 이 책이 워낙 문장 하나하나에서 오는 묘사가 유명한 책이라 (물론 일본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명예를 포함해) 첫 문장에 더 큰 의미가 부여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 꼭 이 책의 ‘첫 문장’이라서 아름답고 중요한 것이라기보다는, 설국의 많은 문장들이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어쩌면, 의 첫 문장에 내가 별 다른 감흥을 느끼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나는 글을 쓸 때, 누구보다도 첫 문장을 중요..

글/theora 2016.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