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bokgil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bokiree

복길 2016. 5. 21. 15:05

[2] 내가 상대방의 고민을 들어줄 때 고민을 대하는 태도와 내가 고민을 말할 때의 태도는 어떠한가요?

 

먼저 나는 상대방의 고민을 들어주기 좋아한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어떤 이유로 고민하는지, 그것이 내 것과는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어서 좋고, 쉽지 않은 이야기를 나에게 털어놓아 주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남의 고민을 대할 때 특히 더 조심하게 된다. 이 사람이 나에게 고민을 털어 놓기 전에 가지고 있었던 나에 대한 믿음을 나와 이야기하면서도 계속 가져주길 바라고 모든 대화가 끝난 이후에 이 사람에게 고민을 말하길 잘했다.’라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고민을 들어줄 때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이 사람이 가지고 있었던 나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가끔 문제에 빠질 때도 있다. 신뢰에 대해 집착하다보면 상대방의 고민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신뢰를 잃을까 두려워, 이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원할 것 같은 반응만 보여주게 되기 때문에 그렇다. 누군가는 자신의 생각을 옹호받기 위해 고민을 말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타인의 도움을 원한다는 걸 감안한다면 이 문제는 꽤 어렵게 느껴진다. 어쨌든 나는 상대방의 고민을 들을 때 그런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는 편이다. 나의 대답이 상대방이 원한 대답이 아니더라도 마치 자신의 고민인 것마냥 상황을 바라보고 애쓰는 모습을 보일 때, 그것만으로 상대방은 작은 위로를 받는다고 믿는다.

 

반면 나는 남들에게 내 고민을 쉽게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다. 아무리 사려깊은 사람이라도 내 상황에 처해있지 않는 이상, 혹은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 하더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따라서 진정으로 내 고민에 몰입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 나는 항상 의문을 갖는다. 내게는 너무나 큰 문제가 상대방에게는 별 것 아닌 걸로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생각보다 기분 나쁜 일이다. 어쩌면 나는 고민을 털어놓는 일에 있어서 두려움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고민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르겠다)

 

 

[3] 저마다 살아가는 시대와 처한 환경이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네 개의 에피소드는 삶의 바탕이 되는 중요한 문제를 짚어내고 있습니다. 네 명의 에피소드 중 가장 '자신의 이야기'와 비슷한 인물이 있습니까? , 이 책에서 내게 더 와닿은 부분이나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비슷한 인물로 인해 공감하거나 감동받지는 않았지만 잡화점 주인이 잡화점의 신비한 비밀을 아들에게 알려줄 때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중요한 건 본인의 마음가짐이야. 내가 보낸 답장이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들었을까 마음이 괴로웠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우스운 얘기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라는 거. 결국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 그리고 대가는 모두 자신의 몫이라는 얘기는 단순히 크고 중요한 문제에서만이 아니라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해당되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임을 이 문장을 통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작은 문제를 위한 선택도 어쩌면 절대 가볍지 말아야 한다는 것, 생각보다 많이 소중하다는 것.

 

 

[4] 책 속의 주인공 생선 가게 뮤지션은 나미야 잡화점으로부터 '당신의 노력은 절대로 쓸데없는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꼭 믿어주세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 합니다.'라는 답장을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덮으면서 자신이 들었던 생각과 덧 없고 슬퍼질 때 또는 힘들어 질 때마다 주문처럼 외워볼 자신에게 할 말을 적어주세요. 짧고 굵게는 좌우명, 길게는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형식적으로 쓰던 가훈, 좌우명이 아닌 진심으로 속에서 하는 말이면 좋겠습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씨가 한 얘기 중에 제가 참 좋아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자연 과학에서 프랙탈이라는 게 있습니다.

프랙탈이 뭔가 하면, 나무의 작은 가지를 하나 꺾어 세워 보면 그게 큰 나무의 형태랑 같다는 거예요. 혹은 해안선에서 1센티쯤 되는 부분을 아주 크게 확대하면 전체 해안선의 크기와 비슷하다는 거예요. 다시 말해서, 부분이 전체의 형상을 반복한다는 말을 프랙탈이라고 해요.

 

저는 인생도 정말 프랙탈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지금 천사가 있고, 천사가 어떤 한 사람의 일생을 판가름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사람의 일생을 처음부터 다 보면 좋겠지만, 천사는 바쁘니까 그렇게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할게요. 그럼 어떻게 하느냐? 천사는 아무 단위나 고르는 겁니다.

예를 들어 그게 저라고 한다면, 저의 2008년 어느 날을 고르는 겁니다.

그리고 그 24시간을 천사가 스캐닝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날 제가 누구한테 화를 낼 수도 있고, 그날따라 일을 잘 해서 상을 받았을 수도 있죠.

어찌 됐건 그 24시간을 천사가 본다면, 이걸로 그 사람의 일생을 판단할 확률이 95%는 될 것 같아요. 무슨 말인가 하면, 성실한 사람은 아무리 재수 없는 날도 성실합니다.

성실하지 않은 사람은 수능 전 날이라고 할지라도 성실하지 않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는, 이렇게 하루하루가 모여서 인생이 만들어지는 거지

인생에 거대한 목표가 있고 그것을 위해 매진해가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제 인생 블로그에 대문구가 있습니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이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인생 전체를 우리가 플래닝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렇게 변화도 많고, 우리를 좌절시키는 일 투성이인 인생에서 어떻게 해서 그나마 실패 확률을 줄일 것인가? 그것은 하루하루 성실하게 사는 것밖에 없다는 거죠.“

 

천사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에게, 나라는 사람이 괜찮은 사람으로 보여지길 바랍니다. 남들이 바라는 내가 아니라 내가 바라는 내가 되길 바랍니다. 그게 훨씬 행복하고 즐겁다는 걸 요즘에서야 절실히 느낍니다. 조금 어렵고 무서워도 그게 더 행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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