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에서 당신은 무슨 공부를 하고 있습니까? 공부를 하면서 무슨 생각이 듭니까? 학점을 잘 받는 것과 공부를 잘 하는 것의 상관관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질문이 나에게 이중적이면서 한편으로는 날카롭게 들린다. 대학에서 너는 무슨 공부를 하고 있냐고 물었을 때 나의 전공,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공부를 물어보는 것 같기도 하고, 너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진정 공부가 맞냐고 물어보는 것 같기도 하다. 서울에 학교가 있다는 메리트에 힘입어 내가 정말 오고 싶고 간절히 바랬던 ‘원예생명조경학과’에 재학 중이고 ‘생명환경공학과’를 복수전공 중이다. 과학을 좋아하고 재미있게 배웠던 나는 생물, 화학, 지구과학 같은 순수학문과는 또 다르게 식물을 이용하여 우리의 생활, 삶에 이용한다는 조경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끌렸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을 좋아하고 인간과 다르다는 사실 하나로 나에게서 신비로움을 얻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된 생물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녹지 공간, 그런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조경학과에 입학했다. 나는 이 학과에 입학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노력들은 최대한 손에 닿는 대로 열심히 했다. 자기소개서부터 시작해서 면접, 입학정보, 커리큘럼 등 내가 알고자 하는 정보를 가능한 모두 얻고 습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부푼 꿈을 갖고 입학했는데 다른 대학생들이 입을 모아 뻔히 말하는 말처럼 나도 내생각과 구체적으로 여러모로 많이 달랐다. 보니 첫 번째로는 원예생명조경학과이지만 저 긴 이름 가운데 식물생명공학과 조경의 비중은 약하고 원예가 더 크다는 것이다. 처음 학과의 기원은 원예학과로 시작한 터라 원예가 강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두 번째로 내가 생각했던 교수진과 커리큘럼, 특히 대학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1학년 때는 원예에 대해서만 열심히 배웠던 기억이 난다. 내 길은 원예가 아니었고 실제로 흥미도 없없고 그렇기 때문에 방황도 많이 했다. 그리고 2학년 때 조경에 대해 본격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근데 웬걸. 상상이상으로 많은 과제는 둘째 치고 생태복원이라는 꿈을 갖고 있던 나에게 생물을 지킨다던가 보전하는 방법과 같은 내가 중요시 여기는 가치와 부분에 대해서는 코딱지 같은 언급만 있었을 분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지도 생각도 중요하게도 여기는 것 같지 않았다. 덧붙여 경관적이고 미적요소만 중요시 생각하는 조경학과에서 팀플하는 선배와의 싸움으로 조경에 대해 진절머리가 났다. 강의계획서대로 수업하지 않는 교수님, 영어강의 그리고 실제 우리 학과 교수님 중에 외국인이 있어 전공필수로 수업을 듣는데 이 책에 나와있는 그.대.로. 최악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1전공에 흥미도 떨어지고 내가 배우고 싶은 부분을 4학기 동안 못 배운 나는 생명환경공학과를 본격적으로 복수전공하기 시작한다. 1전공은 실습과 답사라면 복수전공은 실험과 리포트였다. 배우는 양도 달랐고 가시적인 결과물을 원하는 대학교에서 살아남으려 밤을 새고 이리 저리 뛰어다녔다. 이제는 적응이 되었지만 나의 학점은 적응하지 못한 것 같고 3학년이 된 나는 지금도 꿈을 찾기 위해 현실과 다른 이 현장에서 나의 존재감을 세우기 위해 노력중이다. 부모님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실테고 우리 사회의 모습을 아버지에게서 가끔 보일 때가 있어 슬프다.
이런 대학생의 현실 속에서 학점을 잘 받는 것과 공부를 잘 하는 것의 상관관계는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과제, 출석과 같은 빈칸을 채우기 위해서는 성실성이 필요한데 이것은 공부를 잘 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고 서술형이라 하더라도 암기 위주이고 중요한 것만 잘 외운다면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다. 근데 공부만으로 학점을 받고 내가 평가된다면 그것 또한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에 대해 일깨우고 발견하면서 역량을 키워주는 것도 대학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발표, 토론, 답사, 리포트와 같은 여러 과제들을 통해 역량을 평가받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기본 전제 조건은 공부이겠지만 말이다. 공부를 하면서 정말 얻어가고 머릿속에 남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잦고 그런 욕망은 마음속에 충분하다. 그래서 내가 듣고 싶은 강의 위주로 듣고 모험도 하지만 C+는 찝찝하면서도 배운 게 있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2) 대한민국에서 대학이 해야하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또, 대한민국이(국가 전체 일 수도 있고, 국민 각자 일 수도 있음.) 대학에 기대하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대한민국에서 대학은 사회로 나가는데 학생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고 학생이 공부를 하고 싶으면 마음껏 공부를 할 수 있는 장이 되야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을 위해 만들어지고 훈련되는 그런 학생이 아니라 20대를 지나서 다양한 분야의 교양과 전문적인 지식인이 되면서 지적이고 성품 또한 훌륭한 인간을 길러냈으면 좋겠다는 현 실정에 맞지 않는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초, 중, 고등학생 때는 기본 예의, 도덕성, 정직과 같은 사회에서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간성을 가르치고 대학교에서는 이러한 인성을 바탕으로 분야의 전문인을 양성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실은 사회가 원하는 토익, 토플, 텝스와 같은 어학성적, 교환학생, 대학원 진학 등 배우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게 있어도 감당하기 힘든 돈 문제가 따른다. 나는 교환학생을 정말 가고 싶고 관심 있는 생태, 양서파충류 분야에서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은데 나와 같이 배우고 알아가는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에게는 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참고로 내가 가고 싶은 고려대학교 대학원은 한 학기 학비가 800만원이다.) 한편 대한민국은 대학에게 기업화를 요구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우리는 기업의 부서가 아닌데 과와 단과대를 융합시켜 묶고 강의 인원을 대형 강의로 바꾸고 수업일수를 줄여놓고서는 대학평가에서 최우수 성적인 A를 받았다고 정문 앞과 홈페이지 배너에 자랑스럽게 써놓는데 너무 창피하다. 상사가 시키는대로 하고 칭찬해달라고 꼬리 흔드는 강아지랑 뭐가 다른가 싶다. 강아지는 귀엽기라도 하지 내가 다니는 현실의 대학교는 무섭기만 하다. 하고 싶은 공부도 마음껏 못하는 대학교 앞에서 20대의 대학생들은 고민하고 또 고민할 수밖에 없다.
[3] 당신은 대학교에 왜 진학했습니까? 그리고 계속 대학을 다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내가 대학교에 왜 왔을까. 와야 하니까 해야 하니까 그중에서도 꿈이 있었으니까. 내가 선택할 다른 방법은 없었다. 유치원 졸업,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 그리고 대학교 졸업, 취업, 결혼, 죽음. 삶은 이 루트인줄 알았다. 이제는 이 갑갑한 루트를 좀 깨고 싶다. 한 번 사는 인생에서 어떤 것이 성공한 삶이고 뭐가 그렇게 옭아매는지 이제는 답답하다. 그러면서도 계속 대학을 다니는 이유는 결코 만족해서, 내 삶에 안주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내가 왜 대학교에 진학하고 계속 다니는 이유에 대해서는 분명한 것이 없다. 왜 이런 문제에 부딪히고 생각해야하는지도 대학진학 후 알았다. 내가 대학을 계속 다니는 이유는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하겠지만 우선 시작한 대학생활이기 때문에 마무리를 지어야하고 이 속에서 또 다른 기회와 삶을 갖기 위해 학교를 다니는 것 같다.
[4] 책을 읽고 난 후 감상에 대해 써주세요.
씁쓸하다. 책을 읽으면서 허탈한 쓴 웃음을 지었고 마음 깊은 곳에서 잠복해있었던 나의 씁쓸한 감정이 파도 일 듯이 올라왔다. 학창시절 대학만이 최종 목표였고 정말 대학만 가면 인생이 펼 줄 알았다. 책을 읽는데 웬걸? 대학을 와서도 고등학생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 나도 모르게 또 눈앞에 보이는 것만 쫓아가면서 살면 어느새 내 눈 앞에 바로 보이는 것은 죽음이겠지. 행복하게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우며 살고 싶은데 갑자기 현실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은 현실과 마주한 것 같아 책을 읽으면서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이 검고 어두운 세상에서 살아가려하니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학생들의 교육선택권이 이렇게 구조적으로 박탈된다는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고 어느 샌가 내가 원하던 바를 잊고 살고 있었다고 다시금 생각했다. 나도 다양한 분야를 배우고 정말 ‘교양’을 쌓고 싶었는데 나는 지금 그러지 못하고 있고 ‘나는 아닐 거야. 나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던 모습들이 책을 읽으면서 ‘이거 난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적이고 소신있는 대학생이라는 믿음은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고 나도 책에서 나오는 해준이의 친구와 같이 ‘너 이 과목 왜들어?’ 지금 제정신이냐고 묻는 뉘앙스로 물었던 적이 있던 나를 이 책을 통해 발견하고 절망했다.
고학년이 되어서 그런지 생각도 많고 모두의 한켠에 있는 어두운 걱정들을 나도 요즘 하고 있는데 이렇게 진지하게 마주하는 시간이 되어 기쁘고 현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으로써 서로 다른 학교 학생들이 모여 생각을 나누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어 좋다. 더 나아가서 ‘여대’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지만 결국에는 한탄과 불만의 장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얘기를 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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