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Yenny

몸의 일기/wendly

Yenny_S2 2016. 3. 18. 00:45

[1] 우리는 한 편의 문학 작품을 읽었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아마도 많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느낌들이 사라지기 전에 이 곳에 모두 기록해둡시다. 간단하게 말해, 독후감을 써보는 것이지요. 정해진 형식은 없습니다. 책의 줄거리나 주인공에 대해 쓸 수도 있고, 책의 형식에 대해 쓸 수도 있으며, 혹은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들에 대해 쓸 수도 있습니다. 그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매우 다양한 것들에 대해 느끼고 생각했다면, 그 모두에 대해 쓰셔도 좋습니다. 본인이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모두 담아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분량 제한은 없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과 생각들이 많아서인지 발제문을 읽은지는 오래 전이고 여러번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먹고 자판을 두드리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정리가 되지 않고 입 안에서 옹알거리는 2살배기 아이처럼 꾸물거리는 느낌이었다. 이 느낌과 생각을 말로 자알 정리해서 입 밖으로 꺼내 뱉는다는게 쉽지만도 않고 학기가 다시 시작하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성껏 잘 써야겠다는 약간의 부담감이 겹쳐 글이 늦어진 것 같다. 우선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기가 아니라 몸에 대해 쓰는 몸의 일기라는 자체가 신선했고 온전히 우리의 감각을 믿으며 호기심과 탐구심을 발휘하여 몸에 대해 기록하면서 삶의 재미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생을 즐겁게 사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생각했다. 나는 일기를 생각날 때마다 쓰는 편인데 내 감정을 나중에가 되어서도 잃지 않고 다시금 떠올릴 수 있도록 바로바로 적을 수 있는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기록한다. 어렸을 때부터 매년 초 또는 학기 초가 되면 새롭게 다이어리와 스케줄러 등을 살 생각에 들떴고 오랫동안 신중하게 문방구 다이어리 코너에 쭈그려 앉아 매의 눈으로 살폈던 기억이 난다. 다이어리를 사고 꾸미고 나름 꾸준히 썼다고 생각하는데 어플은 혼자만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내가 쓰는 일기는 하루 있었던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느끼고 느꼈던 감정과 생각, 깨달음 등을 적고 사건은 그 이후이다. 나는 이것이 내면 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글을 쓰면서 다시금 생각해보니 전형적인 내면일기 같다고 혼자서 인정했다. 일기를 꾸준히 쓴다는 것도 힘든데 한 평생 몸에 대해서만 썼다니 신기하고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어찌 생각해보면 작가가 변태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좋은 쪽으로 마무리 짓자면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너무 두껍고 재미도 없어서 읽다 말았던 난중일기와 똑같은 자서전의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고 청각 마취를 이용하여 고통을 잊게 하는 방법, 눈물을 흘린다던가 이상한 실험을 하면서 그것을 표현해 내는 방식과 말투가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책이 좀 더 얇다면 별 다섯 개를 주고 싶다.

 

 

[2] 위에서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모두 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가 직접 자신의 몸에 대한 일기를 써보면 어떨까요? 이 책에는 몸에 관련된 아주 많은 키워드들이 담겨 있습니다. 목소리, 구토, 자위행위, 손금, , 눈물, 섹스, 노안, 안경, , 등등. 이 책에 나온 키워드도 좋고, 새로운 키워드도 좋습니다. 한 개의 키워드를 정하고 그에 대한 일기를 하나 써주세요. 일기를 작성한 날짜도 명시해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명심하세요. 내면 일기가 아닙니다!

 

222016311일 금요일

 

술 먹고 토한 적은 있어도 정말로 급체해서 토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분명한 것은 대학생이 된 이후로는 없다는 것이다. 내 몸 안의 모든 것을 끄집어내고 싶은 강렬한 욕구와 동시에 바늘 같은 것이 배를 콕콕 찌른다. 따뜻한 온돌방 위에서 머리, , , 다리, , , 허리, 엉덩이, 발까지 바닥과 한 몸인 것 마냥 오장육부 장기까지 모두 내려놓고 숨을 쉬고 있는데 어디서부터가 문제였을까 내 몸의 명치 아래쪽 위(stomach)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고만 살다가 갑자기 이때부터 존재의 명확성을 깨닫기 시작한다. 위가 이상하다는 불길한 느낌을 뇌가 감지하면서부터 나의 온 뉴런은 위에 집중한다. 불길한 예감은 정확하다. 꾸룩거리는 배를 움켜잡고 더 이상 누워있으면 안 된다는 확신과 함께 신선한 공기가 간절히 필요함을 느낀다. 안락하고 포근했던 온돌방이 오지사막같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차갑고 신선한 공기를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잠시뿐, 어지러움이 시작되고 급 노화되는 사람처럼 허리를 필 수 없고 목은 타들어가며 눈뜰 힘도 없어 곧 꺼질 것 같은 핸드폰의 절전모드처럼 눈도 절전모드에 들어간다. 눈을 반만 뜬 채 메스꺼움을 혼자 호소하다 결국 다 게워낸다. 나의 저녁식사는 물론이고 위액부터 시작해서 장기, 근육, 영혼, 인생까지 모두 내려놓는 마음으로 쏟아낸다. 아프고 정신이 혼미해지며 그 순간 살길을 찾는 나는 눈에 뵈는게 없다. 그 앞에서는 예의범절도 매너, 기본상식조차 지켜지기 힘들어진다.

 

 

[3] 독후감도 쓰고, 자신의 몸에 대한 일기도 써보았습니다. 몸의 일기, 직접 써보니 어떠셨나요? 저는 이 책을 통해서 내면에 대한 일기가 아닌 몸에 대한 일기도 쓸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내면 일기와 몸의 일기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내면 일기와 몸의 일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우리가 [1]에서 책에 대해 자유롭게 기술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일기라는 것에 대해 자유롭게 기술해봅시다.

 

나의 일기는 1번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그 시간, 공간 속에서 느꼈던 감정(그것이 좋은 느낌이던지 안 좋은 느낌이던지)을 잃지 않고 간직하고 기억하기 위해 기록을 한다. 그것이 나의 일기이고 일기를 쓰는 이유이다. 힘든 감정 ,외로운 감정, 설레는 감정, 행복하고 기쁜 감정들 등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은 소중하고 시간이 지나서 나의 일을 되돌아보았을 때 그 선택과 생각, 감정들을 후회할 수도 칭찬할 수도 있다. 안 좋은 감정들이라면 혼자 글을 쓰고 정리하고 다시 생각해보면서 나의 일기장에 털어놓으면 된다. 타인에게 얘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솔직해 지는 나를 제대로 마주하며 비밀까지 보장된다. 혼자와의 질의응답, 자문자답이 끝나면 답도 찾을 수 있다. 일련의 흐름 속에서 나를 만나고 마주하는 것. 내게 일기란 이런 것이다.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자의적으로 몸의 일기를 쓴다 하면 내 설렘의 감정에 대해 쓰고 싶다. 물론 설렌지가 언젠지 이것에 대해 몸의 일기를 쓸 만큼 가까운 시간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또 세세하게 쓰지도 못하지만 쓴다면 그럴 것이다. 몸과 마음이 일정하지 않게 부르르 떨리고 심장의 맥박 수는 가늠할 수 없이 빨라지며 얼굴은 떨리는 심장과 같이 붉어지고 손에는 땀이 날 수도 있겠다. 좋았던 감정을 다시 기억을 하며 생각하는 것은 시간을 보내고 추억에 잠기기에 아플 수도 있지만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기록 자체로 그 시간을 살고 가치 있는 시간으로 만드는데 의미 있는 행위라 생각한다.

 

[4] 마지막으로, , 마음, 생각, 환경, 행동의 관계에 대한 자신만의 글을 작성해주세요. 5가지 키워드 간의 관계에 대해 적어주셔도 좋고, 특정한 키워드 몇 개를 선정하여 그 관계를 적어주셔도 좋습니다. 또는 이 외의 다른 키워드와 갖는 관계를 적어주셔도 좋습니다. 다만, ''이라는 키워드는 꼭 들어가야합니다 (우리는 '몸의 일기'를 읽었으니까요). 글의 종류는 어떤 것이든 상관 없습니다. 소설이 될 수도 있고, 시가 될 수도 있고, 에세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분량 제한은 없습니다.

 

몸과 마음 생각, 환경 그리고 행동은 마치 음양오행을 연상시키며 모두 이어져있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몸과 마음은 건강한 생각으로 연결되고 이것은 긍정적인 행동으로 이어져 좋은 환경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 아프면

음이 아프고

침한 기운이 몸과 마음, 생각을 엄습한다.

각이 밝고 건강하면

박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하게 웃으며 이겨낼 수 있다.

칩이 지나고 꽃이 피는 봄이 왔다.

, 기쁨, 설렘, 도전, 사랑, 우정, 신뢰와 같은 듣기만 해도 좋은 말들과

행하여 몸과 마음을 건강히 하자.

 

이 아프면

음이 아프고

침한 기운이 몸과 마음, 생각을 엄습한다.

각이 밝고 건강하면

박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하게 웃으며 이겨낼 수 있다.

칩이 지나고 꽃이 피는 봄이 왔다.

복하고 즐거운 일이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수북 사람들에게도 가득하길 바라고

아리가 오랫동안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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