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Yenny

종의기원/wendly

Yenny_S2 2016. 8. 7. 00:18

[1] 독서를 마친 후 여운이 가시기 전에 우리의 감정을 남기고 정리해 보면 좋겠습니다. (1)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2) 다 읽고 난 후에,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꼈습니까? 전반적인 감정도 좋고, 특정한 어느 부분에서 느낀 감정도 좋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사진도 3장이나 찍었습니다. 그 말은 즉슨 그 상황에 맞는 그 표현력이 너무나 놀랍고 흥미로워 간직하고 싶은 문장이고 내 머릿속의 전구를 반짝이게 해줬다는 말입니다. 읽으면서 그 상황 속으로 빨려 들어가 나 자신이 유진이네 집 거실 쇼파에 앉아있고 신발장에 서서 같은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주인공의 감정묘사가 절묘했고 내가 평소 정확하게 감정을 말하지 못했던 답답함을 해소하는 느낌으로 감탄하며 읽어 내려갔습니다. 풍부한 표현들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다음 내용이 계속 기대가 되는 이야기의 전개 속에 다음으로 나올 말이 궁금해 문단을 점프하여 다음 대사에 저절로 눈이 간 적도 있습니다. 읽고 난 직후에도 집이 그려지고 주인공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유진이 저지르는 ‘악’을 재미있게 즐기면서 보았습니다.

「누가 그랬던가. “인간은 생의 1/3을 몽상하는 데 쓰고, 꿈을 꿀 때에는 깨어 있을 대 감춰두었던 전혀 다른 삶을 살며, 마음의 장에서는 헛되고 폭력적이고 지저분한 온갖 소망이 실현된다”고」 

「호떡집 문이 일찍 닫히는 경우는 용이 아저씨의 신상에 문제가 생겼을 때뿐이었다. 본인 입으로 직접 밝힌바, 신상 문제란 이런 것들이다. 몸, 기분, 호떡의 반죽 상태가 모두 불량하다. 어쩐지 일진이 사나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뼈 시리게 외로운 날, 바람이 분다. 울고 싶은 밤에 비가 내린다. 인간이 싫은 날, 보름달이 뜬다. 몸도 마음도 무거운 날, 날씨까지 무겁다.」 

「나는 마지막 문장을 노려봤다. 어머니만 두려운 게 아니었다. 나 역시 다음 장을 넘기기가 두려웠다.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르면서 두려웠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받아들인 지금에도 두려울 일이 남았나 싶어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렇다 하여 남은 기록을 읽지 않을 도리도 없었다. 멀미를 한다 하여 태평양 한복판에서 배를 떠날 수는 없는 것처럼.」 

 저도 어떤 소리에 반복적으로 집중한 나머지 환청이 들리고 그 소리가 진짜인지 구별이 안들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소리에 집중하다 갑자기 공포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가령 세탁기랑 전자레인지의 임무가 끝났다는 알림음이 바로 그 예입니다. 유진도 환청이 보이고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이 비슷한 것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우리는 제3자의 시선과 유진의 시선 모두를 통해 유진을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1) 당신이 본 유진은 어떤 사람입니까? (2) 유진 안에 자리한 '악'과 그것의 표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리고 (3) 당신이 본 유진의 주위 사람들은 어떤 사람입니까? (주위 사람들에 대한 답은 한 명도 좋고, 모두도 좋습니다)



 제가 본 유진은 어렸을 때부터 갈고 닦았던 분노와 악이 해소됐더라도 다시 그 일을 행할 불쌍한 사람입니다. 살인에 대해 별다른 무게감을 느끼지 못하는 점이 결국 자신의 생각에 갇혀 그 굴레에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듯합니다. 살인의 본능을 즐기는 유진의 곁엔 아무도 남을 수 없게 되고 유진의 세포 속에는 ‘악’이라는 유전자가 존재 하여 마지막엔 결국 혼자만 남게 되는데도 그는 멈추지 않고 결국 자기 파멸에 이를 것으로 봅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와 이모로부터 억압된 환경 속에 자란 유진의 유전자 풀에 포식자의 사이코페스 유전자가 있다할지라도 악의 표출은 자기 파멸에 이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본 유진의 주위 사람들은 그래도 유진에게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3] 유진은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이 세상에는 그의 어머니도, 이모도, 그리고 해진도 없습니다. 유진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 같습니까? 점화된 그의 악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피 냄새를 다시 맡으며 본능을 일깨우는 듯 하는 결말이 살인의 악행이 반복된다는 암시, 복선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진은 외로움, 공감능력을 찾지 못한 체 또 다시 ‘악’의 본능에 빠져들게 되고 점화된 악은 유진을 삼켜버릴꺼라 생각합니다.

 

[4] 마지막으로, 당신은 '악'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악을 즐기는 자는 결국 악에게 즐겨 먹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