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Yenny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wendly)

Yenny_S2 2016. 5. 21. 00:53

[1] 우리의 수북모임 안에 나미야 잡화점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자신의 고민을 다음 모임 때까지 편지에 써서 가져와 주세요. 아무런 제약과 형식은 없으며 익명으로 써주시고 6월 달의 다음 모임 때까지 랜덤으로 선택될 상대방의 답변을 해오시면 됩니다. (봉투는 흰 봉투로 통일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온라인 에세이에서는 간단하게 1번 발제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써주세요. 없으면 안 쓰셔도 됩니다.

 

책을 덮은 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에서도 나미야 잡화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습니다. 고민을 나누면서 서로 위로를 받으며 생각의 전환이 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덮어두었던 고민을 용기 내어 마주하면서 그것이 나의 진짜 고민이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먼저 1번의 편지를 A4용지에 쓰다 보니 어느새 4장이 됐고 속 시원하게 묵혀뒀던 얘기를 다 적어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날 제가 읽었던 편지는 읽기도 힘들었고 차마 누군가에게 보여 줄 수 없는 편지가 되어있었습니다. 그 답 없는 편지를 써내려가면서 이것은 혼자 이겨내야 하는 것이고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이며 고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미쳤습니다. 그리고 저의 복잡한 여러 얘기 중에 무엇이 고민이고 가장 내가 하고 싶은 얘기(고민)는 무엇인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심기를 제가 건드리는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도 되고 이 발제문을 올릴지 말지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는데 가볍게는 재미있는 시간이 되고 좀 더 친해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준비했습니다.

 

 

[2] 1번에서 자신의 고민을 적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상대방의 고민을 들어줄 때 고민을 대하는 태도와 내가 고민을 말할 때의 태도는 어떠한가요?

 

제게 고민을 말하는 타인은 주로 친구입니다. 예전에는 친구를 포함한 타인이 제게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얘기를 들어주고 조언을 해주는 방식으로 대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니 그것은 별로 좋지 않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고 최대한 들어주고 공감해주며 그 사람의 편을 절대적으로 들어주도록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 속에 저를 대입시켜 입장을 말해줄 때도 있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상대방의 고민에 고개를 끄덕이며 잘 들어주지만 대답은 예전처럼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고민이 조금 더 가벼워지길 바랄 뿐입니다. 반면 저는 힘든 일이 있거나 고민이 생기면 혼자 골똘히 생각하면서도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마음이 무거워지면 주변사람들에게 얘기를 꺼내는데 어떤 고민은 얘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질 수 있고 별것 아닌 것처럼 넘길 수 있으며 잊고 지내던 연락을 할 수 있는 구실이 생기기 때문에 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3] 저마다 살아가는 시대와 처한 환경이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네 개의 에피소드는 삶의 바탕이 되는 중요한 문제를 짚어내고 있습니다. 네 명의 에피소드 중 가장 '자신의 이야기'와 비슷한 인물이 있습니까? , 이 책에서 내게 더 와 닿은 부분이나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네 개의 에피소드 중 저와 일치하는 사연은 없었지만 굳이 비슷한 사람을 고르자면 비틀즈의 음악을 좋아하고 부모님과의 연을 끊었던 등장인물인 것 같습니다. 저는 믿고 좋아했던 친구에게서, 이 책 속의 인물은 부모님과 서로를 이어주던 마음의 끈이 끊겨 힘든 시간과 괴로움이라는 감정을 겪었습니다. 연을 끊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싫어하게 되었을지라도 굉장히 서글프고 아프며 차가우면서도 무거운 다소 건조한 감정인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등장인물의 마음과 감정까지는 자세히 설명되어 있지 않지만 공감가고 어림짐작 추측은 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장에서 도착한 백지 편지를 읽고 말로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왜인지 아직까지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감동을 받아서 또는 저의 이야기 같아서 어쩌면 제가 가장 듣고 싶고 제게 필요한 말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이며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어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는 이 말이 어쩌면 형식적이고 흔한 얘기일 수 있지만 마음이 방황하고 헤매고 있는 제게 지금 가장 필요한 말이고 이 말이 작은 용기와 응원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답변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 뭉클한 것 같습니다. 야쓰야와 두 친구의 반짝반짝 빛나는 그 눈빛이 내게도 있었는데 나의 빛나는 눈빛은 언제가 마지막이었고 언제부터 힘없는 눈빛으로 바뀌었는지 씁쓸하면서도 다시 찾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며 책을 덮었습니다.

 

[4] 책 속의 주인공 생선 가게 뮤지션은 나미야 잡화점으로부터 '당신의 노력은 절대로 쓸데없는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꼭 믿어주세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 합니다.'라는 답장을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덮으면서 자신이 들었던 생각과 덧 없고 슬퍼질 때 또는 힘들어 질 때마다 주문처럼 외워볼 자신에게 할 말을 적어주세요. 짧고 굵게는 좌우명, 길게는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형식적으로 쓰던 가훈, 좌우명이 아닌 진심으로 속에서 하는 말이면 좋겠습니다.)

 

책의 두께가 무색 할 만큼 쉽고 빠르게 읽혔고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책이었습니다. 도둑들의 일방적인 답변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결국에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고 생각하기에 따라 큰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읽는 중간에는 고민을 적어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대답해 줄지가 가장 기대됐던 것 같고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읽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편지마다 예의있는 답장으로 '그럼 잘 부 탁드립니다.'로 끝나는 말이 어쩌면 사람을 누그러뜨리는 말인 것 같습니다. 새삼 다르게 느껴진 이 문장은 자신을 낮추는듯 하면서도 겸손과 예의가 묻어나는 따뜻한 말인듯 합니다. 이렇게 말 한마디가 중요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저는 어제 이 말을 증명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판매업체에 물건을 주문했는데 주문한 사람은 저의 지인이고 받는 사람은 저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판매업체가 주소를 적는 과정에서 잘못 적어 택배가 도착하지 않았고 저는 연락을 드렸습니다. 택배와 저희는 잘못이 없는 상황이였는데 택배 아저씨는 이런 일에 예민한지 가시를 세우며 말했고 저는 이것이 택배 아저씨와 저희 쪽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화가 나지도 짜증이 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말로 해결 할 수 있었고 짜증을 내시던 택배 아저씨는 다시 배달해주셨고 마지막 답장은 "넹~"이라는 답변까지 받았습니다. 말은 신비로우면서 대단히 중요하고 대단히 무섭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게도 말을 걸어볼까 합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지금보다 더 힘들고 지치는 일이 많을 거야. 그때마다 나는 주저앉지 않고 곧게 살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살았으면 해. 그리고 그 일이 생긴다면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했으면 좋겠어. 내일의 앞도 안 보이는 미래의 깜깜함 속에 불안하고 맞는 길인지 확신이 안 생길 때도 분명 많겠지만 언제나 나는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힘들 땐 쉬어가고 놀 땐 신나게 놀고 일하거나 공부할 때는 열심히 하는 그런 사람이 되자. 나 자신을 토닥여주고 칭찬하는 시간도 분명 필요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직하자. 죽기 직전 눈을 감아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바랬는데 이제는 그냥 내게 즐기면서 살라고 말하고 싶다. 언제나 힘든 일은 지나가듯이 즐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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