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명공학도로서 에피소드마다 생물학이 조금씩 녹아있는 것에 대해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이 왜 많은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술술 읽히는 문체, 신선한 소재와 독창성으로 재밌게 생물학을 녹여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방식은 이 책의 몰입도를 높여 주었다. 졸린 아침 시간과 피곤한 퇴근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이 책은 뒷이야기를 계속 궁금해하며 지하철에 내리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에피소드 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은 딥프리징 기술과 우주 여행을 접목시켜 흥미롭게 읽었다. 안나가 살아있는 동안 슬렌포니아에 닿을 수 없다 해도 목적이 뚜렷한 안나가 원하는 목적지 행성에 닿길 바라며 읽는 내내 응원했다. 남자가 발사한 플라즈마 건이 우주선에 빗겨 맞길 바랐다. 강한 의지와 집념, 목표는 힘이 있고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더 강한 힘을 만들어 준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원하는 바가 있을 때 책 속의 안나처럼 또렷한 목적의식과 집념이 있었다. 그게 어떻게 되던, 어떤 결과가 있던 그건 둘째 문제였고 첫 번째는 그걸 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내가 할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스펙트럼]에서 에피소드가 끝나도 왜 할머니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손녀에게 조차도 말하지 않았는지, [공상 가설]에서 외계성은 어디서 온 건지 등 궁금증이 남은 채로 끝난 에피소드들도 있었다. 매 화가 70쪽씩 일정하게 나누어져 있는(e-book기준) 단편 에피소드였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이 소설은 이야기의 전체가 아닌 흐름 중 중간과 거기에 붙어 있는 서론 결론을 조금씩 가져온 느낌이었다.
소설 속에 나온 가설들은 그럴 듯 한 것도 있었고 인간의 존엄성과 윤리가 파괴되어 잘 와닿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반면 SF 단편 소설은 이런식으로 과학을 재밌게 적용시켜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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