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이유
원래 발제하려던 책은 <검색되지 않을 자유>이었습니다만, 어제 모임 때 ‘대학교’에 관해 여러 이야기를 자연스레 나누는 모습을 보고 <진격의 대학교>로 책을 바꾸어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우리의 소속 및 신분이 대학생, 혹은 대학원생인 관계로 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미리 기대합니다.
책
사실 대학의 기업화는 이미 마무리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아무도 대학을 학문 탐구와 지성의 요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말했다가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대학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 자체가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과거의 대학이 반독재 투쟁과 민주주의 수호, 시민 정신 구현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면 현재의 대학은 대규모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또하나의 ‘시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효율’이라는 잣대로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평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학은 기업(의 자본)에 종속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기업이 요구하는 부단한 ‘개혁(!)’의 과정을 통해 아무런 고민 없이 취업의 전초기지가 되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대학이 한 사회의 최고 교육기관인 이상 대학의 문제는 그곳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시민’을 배출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 아래 이 책에서 현재 대학의 실상을 가감 없이 공개한다.
작가
1978년에 태어났고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전국의 11개 대학 및 대학원에서 강의를 했거나 하는 중이다. 대학 강의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시대를 읽어내는 좋은 공부지만, 취업과 관련 없으면 ‘무용無用’하다고 생각하는 대학의 풍토와 여전히 갑을관계로 강사를 대하는 일부 교수들의 시대착오적인 태도가 짜증이 나서 언제까지 여기에 매달릴지는 고민이다. 자본주의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체념적 푸념이 사회에 만연해질 때, 그 안을 살아가는 개인의 삶이 얼마나 괴기할 수 있는지를 관찰하는 데 관심이 많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의 에피소드 안에서 ‘평범치 않은’ 시대의 맥을 짚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중이다. 전작인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개마고원, 2013)은 무작정 ‘자기계발’만을 권하는 사회가 이십대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어떻게 부추기는지 살펴본 결과물이었다. 꽤 화제가 되었지만, ‘부富’는 얻지 못했다. 현재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이지만 ‘무급’이라 딱히 학교에서 하는 일은 없다. 대부분의 시간을 글을 읽거나 쓰면서 보내고 어디선가 불러주면 강연도 한다. 이 책이 어느 정도 팔리면 삐걱거리는 철제의자를 꼭 바꾸고 싶다. 서울 동쪽 끝자락 임대아파트에서 아내, 딸, 아들과 재밌게 살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된 딸이 ‘자신만의 시간’을 원할 때는 가끔 속상하기도 하다.
지문이 좀 많습니다만..꼭 모두 읽어보시고 글을 써주세요!
2014년 12월, 휴학을 결심했던 겨울 나는 친한 동생에게 한 통의 편지를 썼다. 나는 학교를 다녀야 할 이유를 이 학교 안에서 더 이상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잠시 학교를 떠나있을 것이다. 내가 그 이유를 찾게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떠나보려한다. 뭐 대충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1년간의 휴학생활을 끝내고 학교에 복학했지만, 여전히 나는 대학에 다녀야 할 이유를 모른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할 뿐이었다. 여전히 이사진은 비리를 저지르고, 학생들은 무감하고, 교수님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녹음을 하고 노트북으로 다다다다 받아적는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무기력하고 공허함을 느낀다. 이 책을 함께 읽고, 질문에 답을 하고, 모여서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과연 어떤 답을 얻을 수 있을까.
[1] 대학에서 ‘공부’한다는 것의 의미
(가)
“시험을 잘 보려면, 일단 앵무새가 돼야죠. 그냥. 별로 의문을 갖지 않으면 돼요. 알려주신 거 받아 적고 저 같은 경우에는 노트북으로 속기하는 타입이거든요. 교수님이 농담하셨던 거, 이 부분에서 어떤 맥락에서 농담을 던지셨다 까지 적고, 그 다음엔 피피티를 외우고, 속기했던 거를 요약해서 다시 외우고, 교과서를 보고 기출을 구해서 풀고..저희학교는 그래서 이게 재밌어요. 교수님이 말씀을 하시면 다다다다 소리가 엄청 나요. 여기저기서 다나요. 그리고 말씀을 멈추시면 딱 소리가 멈추고.“
“네가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교수님과 달라. 그런데 네가 생각하기엔 네 아이디어가 더 좋은 것 같아. 그럼 너는 그걸 시험이나 과제에 쓰니 안 쓰니?”
“어휴, 절대 안 되죠. 그렇게 적으면”
“교수님의 견해, 교수님의 분석, 교수님의 수업 내용을 좀 더 쓸 것 같아요.”
“남들이 다 하지 않는데 굳이 시도를 할 용기는 안날 것 같아요.”
“교수님이 원하시는 답이 있는데, 제가 거기다가 새로운 예를 들거나 새로운 시각을 덧붙이거나 하는 거는 불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감점이 될 것 같아요.”
SNU Best Learner! 그들은 무엇이 다른가? - 대학에서의 최우수 학습자 요인 분석 -
“사실은 연구하기 전에 굉장히 기대를 했어요. 우리 자식들이 이런 아이들이면 얼마나 좋겠냐는 기대를 했는데 막상 아이들에게 이렇게 크라고 과연 이야기할 수 있을까 너의 어떠한 생각도 가져서는 안 되고 네 생각이 아무리 좋아도 교수님과 다르면 버려야 되고 교수님의 말씀을 단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적어야 되고 이게 서울대학교의 교육이라고 과연 이야기할 수 있을까.”
EBS 다큐프라임 - Docuprime_시험 4부- 서울대 A+의 조건_#001
https://www.youtube.com/watch?v=PXBVukZ3cgQ
(나)
책을 내면 독자와 대화나 강연등의 일정으로 한동안 바쁘다. 이런 자리에서 발견하는 일이 강연은 열심히 듣는데 정작 책에는 관심이 없다는 아이러니다. 얼마 전 한 대안학교에서 주최한 공부중독 주제의 포럼에 참석했다. 백 여명의 청중들이 세 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나와 참석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웃어주고, 공감을 표현해줬다. 그중 꽤 많은 청중이 노트북 컴퓨터나 공책을 펴들고 내용을 필기하는 것이었다. 예전같으면 ‘아 내가 주옥같은 말만 골라서 하는가보다’라는 자뻑적 만족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 하는 말은 100% 책에 담겨 있는 내용들이니 굳이 적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한마디라도 놓칠까 녹음을 하고 열심히 받아적었다. 공부에 중독된 사회를 바꿔보자는 마음으로 모인 대안교육에 관심많은 사람들인데도 여전히 생각과 행동의 방식은 오랫동안 익숙해온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시험을 볼 때의 스타일에 머물러 있었다. 어떤 일에 대해 혁신적으로 생각의 내용을 바꾼다고 해도 형태와 스타일이 그대로면 진정한 변화는 어렵다는 증거로 보였다.
더욱이 학원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혼자 오랜 시간 읽고 생각하고 깨닫기보다 누군가 잘 정리한 사람이 효율적으로 쉽게 정보의 엑기스를 전달해주는 것을 선호한다. 아마 그 영향으로 책을 읽기보다 강연을 들으러 오는 것 같다. 물론 저자와 같은 공간에서 그의 생각의 정수를 공유하는 경험을 하는 것은 소중하다. 허나 인문학 붐이 불고, 강연에 많은 대중들이 참석하지만 진짜 공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공부에 대한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공부는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으며 자기만의 인식의 지평을 넓혀 그것이 삶에 도움이 되어야한다. 그러나, 강연을 찾아 듣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은 책의 공저자 엄기호 씨가 말했듯이 ‘남이 공부 많이 한 것을 구경하러 한 것’에 불과하다. 이미 세상에 정보는 차고 넘치고,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정보의 양이 아닌 정보의 가공, 나만의 생각과 깨달음이 갖는 가치가 훨씬 중요한 세상이다. 공부에 대한 근본적 생각을 바꿔야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울대학교에서 A+를 받는 학생의 특징은 교수의 농담까지도 빠지지 않고 필기를 하는 학생이라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강연을 들으러가는 것은 좋은 경험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들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고, 자기 생각을 발전시켜보고, 의문을 기록해두는 것이다. 강사가 하는 말을 받아 적는 것은 솔직히 노동력 낭비다. 그런데도 열심히 노력했다는 보상감에 멈추지 못한다. 필기한 내용을 다시 펼쳐보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면서도 반복한다.
실제로 이런 요지의 말을 포럼 중에 했지만, 사람들은 받아적기를 멈추지 않았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지 포럼이 종료된 후 판매대에서 사인을 기다렸지만 책을 구매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TV를 켜도 채널 한 군데에서는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인터넷에는 좋은 강연이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세상은 어찌된 일인지 성숙하거나 정서적으로 풍요로워지지 못했다. 우리의 삶에서 진짜 공부의 의미,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근본적 성찰부터 다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증거다. 참고로 나는 남이 하는 강연은 들으러 가지 않는다. 더 배울게 없어서 그런게 아니다. 오고가는 시간까지 포함한 시간을 생각하면, 차라리 그의 책을 읽는 게 남는 장사라는 것이 개인적인 경험적 판단인 덕분이다.
하지현, 강연 듣기는 공부구경 : 중앙선데이 2016.03.13.
(다)
지금의 대학 교육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답정너’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돼.” 이것이 교육의 전부다. 의심은 사라진다. 분석은 요원하다. 주어진 환경에 익숙해지는 것만이 살길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용기는 무모함으로 여겨진다. ‘답정너’는 ‘동질화’를 확장시키기도 한다. ‘외우면 된다’의 전제는 ‘답은 정해져 있다’이다. 그래야만 완벽히 외울 수 있다.
오찬호, 진격의 대학교, 문학동네, 208p.
대학에서 당신은 무슨 공부를 하고 있습니까? 공부를 하면서 무슨 생각이 듭니까? 학점을 잘 받는 것과 공부를 잘 하는 것의 상관관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2] 대학의 역할
(가)
2016년 새 학기 개강 첫날인 2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동선동 성신여대 잔디밭에서 ‘단과대 장례식’이 시작됐다. 축구장 절반 넓이의 잔디밭 한가운데로 영정사진 8점이 늘어섰고, ‘단과대 영정’을 조문하고자 학생 수백 명이 모였다. 학생들은 진행자의 안내에 맞춰 영정들과 성신여대 본관을 향해 각각 두 번 ‘추모의 절’을 올렸다. 학생들이 들고 있는 영정에는 학과통폐합으로 새로 출범할 예정인 5개 단과대학 이름과 교육부, 프라임 사업 이름 등이 쓰여 있었다. 행사를 주도한 오송희(22·정치외교)씨는 "기존 단과대학을 지키고 신생 단과대학을 절대 맞이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아 장례식을 치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은 학교 정문으로 이동, ‘성신여대의 일방적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공동대책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공대위는 “(학사구조개편이라는) 큰 사안을 학생들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비밀리에 진행하려고 한다”며 학과 구조조정 전면 백지화와 총장 공개면담을 요구했다.
일방적 학사구조개편 반대 성신여대생 ‘단과대 장례식’,단비뉴스,2016.03.02
(나)
학사 구조개편안에 반대하는 건국대 학생들이 행정관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앞서 건국대는 지난 23일 학부제를 모두 학과제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학사 구조개편안이 교무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영화학과가 포함된 예술디자인대학과 경영대학 등 통폐합 대상 단과대 학생 200여명은 31일 오전 10시 학교 측이 통보한 학과 통폐합을 규탄하며 행정관을 점거한 채 농성에 들어갔다. 건국대 총학 및 통폐합대상 6개 학과는 부총장에게 탄원서를 제출하고 면담을 요구했으나, 학교 측으로부터 거부당했다. 학생들은 송희영 총장에게 면담을 요구하고 있으나, 송희영 총장은 대답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후 건대 총학은 4월 2일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건국대 학생들, 행정관 점거 시위…“학과 통폐합 반대”,텐아시아,2015.04.01
(다)
요즘 대학의 최대 관심사는 프라임 사업(PRIME·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이다. 2000억 원이라는 지원 규모도 놀랍지만 대학의 근본 구조를 바꾸는 게 핵심이라 앞으로 대학이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학부모와 학생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동아일보는 프라임 사업이 대학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주제로 1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배성근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김병기 중앙대 기획처장, 김승억 세종대 부총장, 민상기 건국대 교학부총장, 배규한 대진대 총장직무대행, 신상협 경희대 미래정책원장, 오중산 숙명여대 기획처장, 정영길 건양대 행정부총장 등이 참석했고 사회는 심규선 동아일보 대기자가 맡았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인사말을 통해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 문제가 대학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며 “불가피하게 정부가 먼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평가도 하고 정책도 추진하고 있지만 대학에 필요한 혁신이 꼭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이 지혜를 모아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라임은 대학 구조와 사회 수요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대학들의 입장은….
▽김 처장(중앙대)=대한민국 역사의 산업화, 민주화, 그리고 정보화 시대에 대학은 늘 국가경쟁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정원을 16만 명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 눈앞에 있고 대학은 참살이(웰빙)가 아니라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문명사적 위기에 직면했다. 미래 대학은 학생이 능동적인 학습 주체가 될 것이고 대학은 그들의 필요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 지금처럼 정형화된 마인드로는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교육부가 프라임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앙대도 지원금을 수주하는 차원이 아니라 대학의 미래 지향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난한 과정에 돌입했다. 수요자 맞춤 방식의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해 구조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오 처장(숙명여대)=우리 대학은 여대라는 특성상 인문, 사회, 예체능이 정원의 80%고 이공계가 20%다. 하지만 서울지역 여고는 이미 이과생이 40%까지 치고 올라왔고, 세화여고나 이화여고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이과생이 더 많아졌다. 학생의 수요가 바뀌고 사회가 바뀐다면 대학도 과감히 학사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맥락에서 공대를 세웠고 올해 처음 신입생도 뽑았다. 복수전공, 다중전공을 뛰어넘는 자율권을 학생들에게 줘야 통합 인재를 키울 수 있다. 향후 7, 8년 뒤에는 대학사회에 강한 토네이도가 불고 2023년에는 변화에 적응한 대학만 살아남을 것이다. 미래 한국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양질의 여성 엔지니어를 공급하겠다는 신념으로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사업 준비 과정에서 대학마다 상황이 다르고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민 부총장(건국대)=건국대는 이공계와 인문사회예체능이 약 50 대 50을 유지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인문사회 분야가 강점을 갖고 있었다. 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갈등도 있었지만 학생회가 상당 부분 도와줬다. 대학본부도 학생의 수요를 조사하고, 단과대 차원에서 사업설명회도 하는 중이다. 학내 구성원의 컨센서스(합의)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으로 노력이 계속 필요할 것 같다. 20, 30년간 이어져 온 과거 대학의 프레임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대학과 교육당국이 모두 경계해야 할 부분은, 예를 들어 지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때문에 인공지능이 이슈가 된다고 모든 대학이 뇌과학이나 인공지능을 특화하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산업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특정 분야로 전공이나 정원이 편중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대학 입장에서 교육부에 바라는 사항과 이에 대한 교육부의 의견을 내달라.
▽신 원장(경희대)=경희대는 약 7년 전부터 미래 교육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논의해왔다. 세계 문명사적 환경과 고등교육 환경이 변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학문 단위 기획에 대해 토론하고 학문 간 연계협력 방안도 고민해왔다. 지금까지 인문사회 분야가 중점이었고 그러다 보니 예술이나 체육 정원이 너무 컸다. 그래서 이미 자체적으로 정원 이동을 준비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교수나 학생으로부터 “만약 프라임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본부가 “떨어져도 구조개혁을 해나갈 것”이라고 해도 구성원들은 의구심을 갖는다. 대학의 변화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프라임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는 교육부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배 실장(교육부)=프라임은 쉽게 말해 변화의 촉매제, 마중물의 역할을 할 뿐이다. 이미 대학은 스스로 변하고 있다. 당장 서울 지역 대학 26곳이 학생과 학점을 교류하기로 선언했다. 프라임은 각 대학의 특성과 역사가 반영돼야 한다. 의대나 자연대가 강한 대학이 갑자기 공대나 정보통신을 하겠다고 바꾸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평가도 점수 위주의 정량평가가 아니라 개별 대학의 장점을 파악할 수 있는 정성평가를 90% 비중으로 도입했다. 어떤 신입생이 들어오더라도 대학이 창의 인재로 양성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고 만드는 것이 프라임 사업의 근본 취지이자 목적이다. 프라임을 인문계를 이공계로 전환하고 인문계를 위축시키는 사업으로 오해하는데 그건 아니다. 이는 학부 교육을 어떻게 바꾸고 어떻게 교육역량과 커리큘럼을 바꿀 것인가 하는 문제다. 대학이 바뀌어야 21세기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 낼 수 있다.
“대학 구조 근본적 변화 계기… 일회성 사업으로 끝나선 안돼”,동아일보,20160317
(라)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이 올해 1월 기준으로 9.5%에 이른다. 이에 따른 청년 실업자 수는 모두 35만명 이나 된다. 청년 실업의 주원인은 경제 저성장에 따른 일자리 부족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가 원하는 인력과 대학이 길러내는 인재 간의 미스매치에 기인하는 바도 적지 않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 통계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공학 계열은 21만 5000명쯤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인문·사회 계열은 31만 8000명이 초과 공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양적 구조개혁과 더불어 계약학과·주문식 교육과정 등 사회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대학 나름의 강점을 살린 대학 특성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러한 노력에 더해 인력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대학의 학사 구조개편 등 질적 구조개혁에 대한 요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대학들은 미래 수요가 늘어나는 분야로 정원을 늘리고 교육여건을 갖추어야 한다. 재정적 투자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교수 채용, 교육공간 마련, 고가의 장비 구입, 새로운 교육과정 설계,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한 장학금 마련도 필요하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올해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프라임) 사업’을 신규로 추진해 대학의 자발적 구조개혁 노력에 재정적 지원을 함으로써 대학이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고 한다. 프라임 사업은 인력 미스매치의 양적 개선과 대학의 진로·취업 지도 강화 등 교육의 질적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대형 유형인 ‘사회수요 선도대학’ 9개교 내외에 평균 150억원을, 소형 유형인 ‘창조기반 선도대학’ 10개교에 평균 50억원을 배정하고, 올해 2012억원을 시작으로 3년 동안 모두 6000여억원을 지원한다. 대학에서 사업 계획을 3월 말까지 제출하면 4월 말쯤 최종 선정대학을 발표한다. 프라임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은 사회 수요에 대한 고려와 함께 학생 중심의 변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논의에 기초해 사업계획서를 마련해야 한다. 사회와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학사구조 개편과 정원 조정 계획을 마련하고 이에 맞춰 교육의 질이 담보될 수 있도록 교육 여건 확충과 교육과정 내실화도 추진해야 한다. 사회적 수요가 있는 분야로 우수한 인재를 적극 유치하고, 사회 진출을 위한 대학의 진로·취업 교육을 강화하고 이를 지원하는 체제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미래 수요가 늘어나는 분야로 정원 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프라임 사업의 성격상 대학 내 일부 학문분야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축소되는 분야에 대해 교육과정 고도화, 재학생 졸업 지원, 교원의 신분 보장 등 지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프라임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대학은 각 대학의 중장기 발전 방향과 강점·약점을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이 사업의 중요한 평가 항목 중 하나가 ‘기존 대학 발전 계획과의 부합성’이다. 사업에 참여하려고 대학의 기존 계획을 무시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의 인력수요와 대학의 인재 양성 간 미스매치를 해소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학 내부에서도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프라임 사업을 통해 미래 수요에 맞게 대학 입학정원을 조정하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대학마다 일자리와 연계한 교육 활성화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 결과 학생들이 보다 용이하게 사회에 진출해 그 역량을 펼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프라임 사업을 통해 기대하는 바이다. 정부에서도 프라임 사업 참여 대학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성공적인 모델을 발굴·확산해 대학 전체에 긍정적인 자극제가 될 수 있길 희망한다.
프라임 사업은 대학 개혁 지원하는 자극제/홍민식 교육부 대학지원관,서울신문,20160228
(마)
대학은 교육릴레이의 마지막 주자다. 애초의 목적을 잃어버린 경주이지만 마지막 주자는 포기하지 않고 결승선을 향해 보란 듯이 신격한다. '무감'을 만들어내고, '영어'를 숭배하고, '돈'만 되면 무엇이든 하고, '비판'을 무의미한 것을 간주하는 대학에는 고통을 고통이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는 주술만 가득하다.
진격의 대학교, 오찬호, 문학동네, p.248
대한민국에서 대학이 해야하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또, 대한민국이(국가 전체 일 수도 있고, 국민 각자 일 수도 있음.) 대학에 기대하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3]
당신은 대학교에 왜 진학했습니까? 그리고 계속 대학을 다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4]
책을 읽고 난 후 감상에 대해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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