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theora

진격의 대학교

theora 2016. 3. 27. 07:10

1.

대학에서 당신은 무슨 공부를 하고 있습니까? 공부를 하면서 무슨 생각이 듭니까? 학점을 잘 받는 것과 공부를 잘 하는 것의 상관관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대학에 입학 할 때, 나는 분명 어떤 학문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정한다. 그러나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서울의 어느어느 대학에 대해 알아봤던 건 그 대학의 취업률이 아니라 그 대학의 교훈이었다. 서울대의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교훈, 건국대의 '성,신,의' 라는 교훈. 와- 대학이라는 곳은 이런 사람을 만들어내고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구나, 라는 생각 아주 순수하고 아니 순진하기 그지 없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품에 안고 입학했다. 입학하자마자 나는 컴퓨터프로그래밍1 과목 대신, 창업 강의를 들었다. 고등학교 4학년인 민석이가 신문(중앙일보)을 통해 얕게 본 세상은 소프트웨어를 배우면 창업을 할 수 있는 (좋은)우리나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교수님의 이야기는 기억에 남는게 하나도 없다. 아니 하나 있다. 우리가 삼성, 을 가져야 한다는 말. 국내 굴지의 기업 삼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가지 성향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다. 전문성, 인성, 그리고 하나더 있었는데 뭐더라 창의성이었던가. 아무튼 창업이란 이름으로 대학생을 파는 듯한 이야기를 하는 내용의 수업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들었던 물리학과 화학 수업은 베끼면 되는 자필 레포트와 1학년 때 사귄 남자친구와의 데이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또 무슨 수업을 들었더라. 정보통신개론인가. 정보통신기초인가. 올해 초 지병으로 세상을 뜨신 교수님의 수업이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시간을 맨 뒤에 앉아 자거나, 화학-물리 레포트를 베끼는데 보내거나 했던 것 같고. 창의적 공학 설계는.. 또 그 1학년 때 사귄 남자친구와 놀거나 했던 기억만 난다. 이렇게 거의 모든 수업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난 1학년 1학기때 성적이 제일 좋다. 하지만 정말 그때 나는 공부를 제대로 해본 기억이 없다, 4학기를 제일 공부를 열심히 했던건 1학년 2학기와 2학년 2학기 였다. 하지만 성적은 제일 나빴다. 그래서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하고자 했던 '공부'와 '학점'은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었는지. 동기의 어떤 언니는 니가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라 한다. 물론 2학년 2학기 막판에는 내가 수업을 거의 나가지 않았고, 그것이 나의 거지같은 성적에 영향을 미친 것이 맞다. 그런데 나는 그래도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리고 교수님께 편지도 썼다. 그것에 대한 응답을 낙제점으로 한 것은, 교수님들 이었다. 나를 부르거나 나의 고민을 들으려하지 않았다. 그저 낙제점으로 답할 뿐이었다. 그런 대학에 내가 무슨 의미를, 대학에서의 공부에 무슨 생각을 더할 수 있게는가. 나의 나만의 공부는 아주 나중, 나중으로 미뤄버릴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생각했다. 그래서 휴학하는 1년동안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했고, 이제 어느정도 내가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나는 다시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생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학점에 대한 부담과, 수업시간에 끊임없이 들리는 타이핑 소리로 인한 압박감에 수업이 끝나고 맥주 한 잘 마실 여유조차 없어졌다. 두려움이 앞서는 것 같기도 하다. 예전과는 달리, 나는 내 공부를 하는 기쁨을 맛보았고 지금까지의 학점으로는 이 대한민국 현실에서 맥도 못 추릴 것이라는 현실도 알아버렸다. 내 앞에 놓인 이 두가지 선택지를 모두 잡고 싶어 마음에 여유가 없다. 왜 내가 천만원씩 빚을 내며 이런 선택 앞에 놓여야만 하는지는 정말, 잘 모르겠다.  



2.

대한민국에서 대학이 해야하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또, 대한민국이(국가 전체 일 수도 있고, 국민 각자 일 수도 있음.) 대학에 기대하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대한민국에서 대학이 해야 하는 역할은 없다. 정화할 힘이 남아있을까 의문스러워, 대학과 대학생에 어떤 책임을 지워줄 수 없을 것 처럼본인다. 그래서 '해야만하는' 역할도 없다. 그런 능력의 싹조차 보이지 않는 대학에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대한민국이 대학에 기대하는 역할은, 고고함이다. 예전 조선시대 선비들의 고고함을 대학이 지켜주길 바란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양있고, 고고하다며 문맹률이 어느어느 정도로 낮고, 20대의 대학진학률은 80퍼센트에 육박한다며. 그래서 참 교양있고, 창의적인 인재들이 많다며, 고고함을 유지하길 요구한다. 그 고고함은 대한민국의 위대함,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국내 기업들에 취직하는 것으로 당연히 이어진다. 그 기업들은 대한민국에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유독, 우리나라 사립대학에서 학사비리 문제가 자주 불거지는 것도, 이 대학의 기업화와 아주 큰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수님-총장님-이사장님- 고고함을 유지 하면서 어느 굴지의 기업보다 더 구린짓을 많이 한다던데. 그 앞에 학문, 진리, 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그 단어에 대한 명백한 잘못이다. 나중에 죽어서, 그 단어들한테 시달릴거다. 



3.

당신은 대학교에 왜 진학했습니까? 그리고 계속 대학을 다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당연히 그리해야 하는 줄 알고 진학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녔으니까, 그 인문계 고등학교의 제1목표는 대학보내기였다. 대학교에 나오지 못한 엄마아빠의 욕망도 있었을 거고. 어쨌든 내가 대학교에 진학한 동기에 '나'로부터 나온 이유가 없었던 건 확신한다. 물론 나는 입학사정관제로 학교에 들어왔고, 내가 자소서를 쓰고 혼자 면접준비를 했지만. 글쎄 그 모든것의 시작이 정말 내 안에서 나온 것이었을까.


계속 대학에 다니는 이유는, 없다. 이유도 없고 용기도 없고 돈도 없고 미래도 없다. 그래서 고고해보이는, 뭔가 나에게 줄 것 같은 이 대학에 발을 담구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괴롭지만 몇년만 더 버티면 끝이니까. 라는 생각으로 다닌다. 당연히 재미도 없다.



4.

책을 읽고 난 후 감상에 대해 써주세요.


작년 12월 이 책을 읽고, 나는 대학교에 다시 돌아가야겠다는 의지를 굳혔다. 그리고 건국대학교의 사학비리에 대해 탐구하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4개월이 흘렀다. 나는 진격대의 무감한 대학생과 다를 바 없이 한 달을 보냈는지도 모른다. 물론 너도나라 활동과 수북 활동을 하며 숨통을 트이기도 했지만, 내가 물리적으로 시간을 가장 많이 쓴 곳은 당연히 건국대였다. 그런 와중에 진격의 대학교를 다시 읽었다. 다시 무감해지고 있었다는 걸, 이 안에서 나는 어떻게든 균형을 잡고 살아내야 한다는 걸 다시 일깨워줬다. 앞에 글에서 미래도 없고 용기도 없고 돈도 없다며 징징대긴 했지만, 사실 나는 하고 싶은 공부도 있고, 함께할 사람들도 있고, 믿어줄 사람들도 있다. 또 다시 이 책으로 용기가 생겼다. 참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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