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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마음으로/이슬아

모임에서 나눌 이야기 1. 를 읽고 가장 좋았던 말, 글을 나눠봅시다. 인터뷰이의 말들이 너무 주옥같아서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는 나는 울지 않으려고 책을 급하게 몇 번 덮었다. 인터뷰이들 나이대가 대부분 5-60대라 그런지 내가 생각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한 것들을 이미 알고 계셨다. 특히 '농업인 윤인숙' 인터뷰 파트에서 기억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다. 내가 엄마한테 물려 받은건 겁뿐만 아니라 그 겁을 이겨내는 용기이기도 하다고 -김신지, 평일도 인생이니까 (P.86) 내가 신지한테 맨날 그래. 주는 게 주는 것이 아니라고. 주는 게 받는 것이라 생각하고 자꾸 베풀라고. 금을 쥐고 있다고 해도 영원히 내 거는 아닌거야. (P.96) 감정이 올라올 때도 있지만 빨리 빨리 잊어버리려고 해. 스트레스를 안고 ..

글/Yenny 2022.03.20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P.153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삶을 살아본적 있는 사람이라면 타인의 행복을 방해할 리 없지 않을까? P.55 이 책이 서가에서 영영 길을 잃기를 바라면서. 나에게로 향하는 어떤 힘의 작용이 제 방향을 놓치길 바라면서. (마음에 와닿아 메모장에 적어 두었던 구절) 출근 길, 지하철을 타자마자 책을 꺼내는 습관을 완벽하게 갖게 해준 책이었다. 모든 주인공들이 여성이라는 점이 좋았고 2020년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도 읽고 싶어졌다. 여성, 퀴어, 엄마로 나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어 책을 덮기 아쉬웠다. 1-1. 7편의 수록작 중 나만의 대상은 어떤 작품인가요? 대상으로 뽑은 이유도 궁금해요. 제목부터 인상 깊었던 박서련의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을 인상깊게 읽었다..

글/Yenny 2022.02.19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1. 7편의 수록작 중 나만의 대상은 어떤 작품인가요? 대상으로 뽑은 이유도 궁금해요. 한정현 원래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망한 사랑 이야기면 더 좋아하거든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 전체를 사랑하는 것이지, 그 사람이 이렇게 돼주었으면 하는 것은 아니야." "사랑 때문에 망하는 게 뭐 어때요?" 탐정 소설을 쓰는 남자들은 연애소설을 읽는 여학생들을 무시했지만 경준은 그렇게 말했다. 돈과 권력 때문에 망하는 사내보다 낫지 않나요, 라는 말과 함께. 안나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이 없는 채 그저 앞으로 걷기만 하는 경준의 손을 꼭 쥐었다. "그이도 너도 모두 강한 사람들이야." 언제나 변하지 않고 반복되기만 하던 소설 속 과학 소년들보다 삶을 위해 뛰어든 소녀들이 ..

글/theora 2022.02.19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나는 생명공학도로서 에피소드마다 생물학이 조금씩 녹아있는 것에 대해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이 왜 많은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술술 읽히는 문체, 신선한 소재와 독창성으로 재밌게 생물학을 녹여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방식은 이 책의 몰입도를 높여 주었다. 졸린 아침 시간과 피곤한 퇴근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이 책은 뒷이야기를 계속 궁금해하며 지하철에 내리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에피소드 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은 딥프리징 기술과 우주 여행을 접목시켜 흥미롭게 읽었다. 안나가 살아있는 동안 슬렌포니아에 닿을 수 없다 해도 목적이 뚜렷한 안나가 원하는 목적지 행성에 닿길 바라며 읽는 내내 응원했다. 남자가 발사한 플라즈마 건이 우주선에 빗겨 맞길 바..

글/Yenny 2022.01.16

패싱

1. 클레어에게 아이린은 무엇이었을까? 단지 자신이 그리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문에 지나지 않았을까? 그런데 클레어는 왜 아이린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했을까? 그에게 아무런 즐거움과 행복을 주지 못했던 세계인데 말이다. 그저 클레어는 평범하고 단순하고 안정적인 자신의 삶이 지루했던 것 아니었을까? 그 지루함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한 세계의 평화를 깨뜨리는 일 정도는 그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 정도가 아니었을까? 클레어는 오래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란 게 있었을까? 어쩌면 클레어의 죽음은 그 스스로의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2. 과도하게 안정된 삶에 집착하는 아이린이 이해가지 않으면서도 이해가 되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들이 모두 이상적인 것 처럼 보였다. 아이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자신이 견디는..

글/theora 2021.12.18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아말 엘모흐타르 &맥스 글래드스턴)

이 책을 덮는 사람들은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나의 연애 편지도 이렇게 가슴 절절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고교 시절 친구와 주고 받던 편지도 생각이 나고 그 친구의 근황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였다. 세계관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있었다면 마무리까지 물음표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을텐데. 세계관, 번역, 인용. 이 세가지 단어로 이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싶다. 단순하게 정의하자면 이 책은 세계관 설명 없이 읽어야 하는 SF 로맨스 소설이다. 책 표지 뒷면의 로맨스, 연애편지라는 단어들은 결코 비유가 아닌 것임을 책을 덮으면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스토리는 탄탄하지 않지만 다음 편지를 전달하는 방식과 '시차'를 재미있게 표현했다. 편지에 대한 감성을 가지고 있거나 연애편지를 쓸 일이 있..

글/Yenny 2021.11.27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 패배한다

책에 대한 기본 정보를 거의 알지 못한 채로 읽기 시작해서 그런지, 처음 블루의 편지가 등장했을 때 이 책의 구성이 두 명의 편지글로 쭉 이어진다고 상상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레드의 편지가 다시 등장하고, 또 블루의 편지가 등장하며 처음 주고받던 초반에 나름 흥미롭게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의 시간을 초월한 편지가 떠오르기도 했고. 블루가 속한 진영(가든)과 레드가 속한 진영(에이전시)가 시간 타래(시간 가닥?)을 넘나들며 긴긴 싸움을 하고 있고, 어쩐지 이 싸움에 지친 양 진영의 에이스 전사가 온갖 서양 문화를 죄다 인용한 편지를 주고받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고, 한 쪽이 죽게 되는 뭐 그런 이야기. 플롯은 정말 단순한데, 형식과 박식한 인용이 특징으로 보였다. 각주가 너무 많아..

글/theora 2021.11.19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

[1] 첫 번째 질문 “당신이 사랑한 소설은 무엇인가요?” 우리 수북 모임의 독서가들은 소설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여러 번의 모임을 가지면서 서로가 어떤 소설을 가장 사랑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 한 편을 소개해보면 어떨까요? 아직 사랑할 만한 소설을 만나지 못했다면, 가장 재미있게 읽었거나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을 소개해도 좋습니다. 내용은 에 담긴 부분들을 기초로(예: 줄거리, 서술, 공간, 갈등의 전개와 해결, 주제 등) 자신이 이 소설을 사랑하게 된 이유(재미있게 읽은 혹은 기억에 남게 된 이유)를 지극히 주관적으로 기술하시면 됩니다. 에세이 분량이 많지 않으니, 이유는 하나 또는 두 개만..

글/bokgil 2017.02.11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 / 째깍째깍

[1] 첫 번째 질문 “당신이 사랑한 소설은 무엇인가요?”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환상적인 소설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제가 사랑한(가장 재미있던 또는 기억에 남는)소설은 밀로라드 파비치의 '하자르 사전'입니다. 이 책은 제가 앞서 작성했던 에세이에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이슬람 세력, 가톨릭 세력 그리고 유대교 세력이 부딪히는 발칸반도는 예전부터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런 배경 위에 사전형식으로 쓰인 소설이 '하자르 사전'입니다. 중세 동유럽에 실존했던 하자르 민족과 관련 있는 인물, 그 인물로부터 발생하는 신비한 사건들에 대해 나열한 소설입니다.이게 제가 이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첫 번째, '모든 경계에선 꽃이 핀다.'라는 말도 있듯이 종교가 접하는 곳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글/째깍째깍 2017.02.11

자기 앞의 생/ bokgil

[1] 첫 번째 질문 로자와 모모는 각기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로자는 유태인, 모모는 회교도이죠. 이 두 종교는 인류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와 갈등, 나아가 죽음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그 역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서로의 다른 언어를 충분히 이해하고 구사할 줄 압니다. 로자는 회교도의 언어로 모모에게 되묻기도 하고 모모는 유태인들의 기도문을 함께 외우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이 두 사람의 종교를 다르게 설정했을까요? 회교도와 유태인을 한 집에 살게 하면서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요? 그들은 낮은 계급의 사람들이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동반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 같이 차별의 대상들이다. 모호한 성별을 지닌 사람, 직업..

글/bokgil 2017.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