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theora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theora 2016. 2. 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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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법알못 입니다. 사실 살면서 법에 직접 대면하게 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거나 법으로 인해 내가 어떤 권리를 누릴 수 있다거나 하는 것을 체감하기가 힘들어서 일까요. 분명 초등학교, 중학교 의무교육에서 법에 대해 배웠을 텐데 ‘법’이라는 말만 들으면 어디 딴 나라 말처럼 아득하게만 들립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것도 힘에 부쳤습니다. 하지만 권력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안다고 해서 그 권력이 스스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저자의 말에 한번 견디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사법부는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가,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이 책 한권으로 현재 대한민국 사법부의 상황에 대해 잘 알게 되기란 힘든 것이겠죠. 그래서 지금부터 제가 하는 답변들도 너무나 얕은 수준이 될 것임이 확실합니다.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그래도 법알못이 법에 대해 몇 줄 글을 쓴다는 것에 그 뜻을 두도록 하겠습니다.



[1] 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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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육룡이 나르샤> 라는 드라마를 즐겨본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다기에 열심히 챙겨보기 시작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여말선초의 불안하고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현재 대한민국과도 너무나 비슷해 더욱 흥미가 생긴다. 물론 이 드라마는 고증도 제대로 안되었을 뿐 아니라 정통사극보다 무협사극에 가깝지만, 사극 드라마로서 실제 역사에 남겨진 기록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리는 역할에는 최선을 다한다. 최근 나온 에피소드 중 하나가 정도전의 척불혁명이었다. 정도전은 고려에 만연해있는 불교의 폐단을 막기 위해 몇 가지 혁신안을 낸다. 정도전 파의 급진적인 불교개혁에 정몽주 등의 다수 온건파는 극심한 반대를 하고, 함께 혁명을 도모하는 이성계마저 고개를 돌린다. 그 때 이성계는 나 또한 불자인데 어찌 내가 척불을 하겠냐고 말하며 불공을 드리러 떠난다. 백성들 또한 힘든 일이 있을 때 불공을 드리고 절에 공양을 많이 하였다 했다. 이처럼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종교를 믿었다. 백성들 뿐아니라, 왕 또한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불교를 통해 승려와 대화를 나누는 등 국가의 대소사를 결정하는데 종교가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 대한민국은 불교의 고려, 성리학(유교)의 조선과 달리 국교가 없으므로 본인이 원하는 종교를 선택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 나이 제한이 없으므로 그 자유는 미성년자든 성인이든 모두 동일하게 주어진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학교법인도 종교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전도할 수 있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듯 k군의 사건은 단순히 개인 혹은 학교법인이 종교를 믿느냐 안믿느냐의 차원을 넘어서서 우선순위 구분이 힘든 두 가지 기본권의 충돌이라는 문제를 야기했다. 내가 이 상황에서 판단을 내려야했다면, 설립목적에 온전히 동의하는 학생이 입학할 수 없는 대한민국 고등교육과정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을 것이다. 고등학교 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실시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의 재정상의 문제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립학교 설립이 권장되고, 그 결과 현재 50퍼센트 이상의 고등학교가 사립으로 운영되고 있다. 나 또한 사립고등학교를 다녔다. 그 사립학교는 각자의 설립목적을 세울 자유가 있다. 그러므로 결국 애초부터 학생이 가고 싶은 학교에 들어갈 수 없는 시스템의 문제가 이 사건을 야기한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두 기본권이 충돌하여 결국 둘 다 피해를 본 셈이다. 우선순위 구분이 불명확한 두 기본권이 충돌할 경우, 두 권리 모두에 조금씩 제한을 가해 양립하게 하거나, 두 권리를 보호하는 데 따르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이익을 비교해 조금 더 이익이 큰 방법으로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에는 ‘종교’와 ‘자유’라는 구체적인 이익의 발생이 어려운 권리를 다루고 있으므로 이 권리의 충돌을 촉발시킨 원인에서 그 해결을 찾아야 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그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여 논의하여야 한다. 결국 사법부가, 그리고 대법원이 해야할 일은 단순히 원고와 피고를 화해시키거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차후에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 사회가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 Connect


인권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자신에게 중요한 기본권은 무엇인지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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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말했지만 나는 법알못이다. 법알못이기에 권리, 인권, 기본권 이런 간단한 용어들도 올바른 해석이 힘들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 한해서 법을 배웠으므로 그를 바탕으로 나의 생각을 펼쳐보도록 하겠다. 인권은 인간이기에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인간이라는 생물의 한 ‘종’의 한없는 욕심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나를 나로 인식하고 존재하게 된 것이 데카르트의 코기토 에르고 숨,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부터인데 얼마 되지 않은 근대의 인간이 인권이라는 것을 너무나 쉽게 주창할 수 있다는 것에 약간의 거부감이 든다. 누군가 인권을 주장하기 전에, ‘나’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어떻게 ‘나’가 인식되고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되었는지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생존이 목표인 나에게 ‘인권’을 말하는 ‘인간’은 부러움을 넘어서 오만해보이기까지 한다. 


법에서 모든 단어들은 그 목적에 맞게 각각의 정의가 필요하다. 평등, 자유, 사회와 같은 말들 또한 그마다의 정의가 내려져 있겠지만 발제자가 나의 생각을 물었으므로 내 마음대로 정의해서 생각해보도록 하겠다. 먼저 평등권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인해 차별받지 아니할 권리이다. 둘째로 자유권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에 제한이 없을 권리이다. 셋째로 사회권은 내가 선택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권리이다. 이 세가지 기본권 중 나에게는 평등권이 가장 중요하고, 자유권은 박탈에 가까우며, 사회권은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3] conclusion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포함하여 자신은 무엇으로부터 자유를 원하는지 써주세요. 본인이 최소한으로 필요한 자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고 범위를 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가장 작은 사회로부터 생기는 문제를 얘기할 수도 있겠고 큰 사회에 대한 외침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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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필요한 자유는, ‘평등으로 부터의 자유’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이 주는 제약으로부터의 자유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들은 무수히 많겠지만 나에게 가장 제약과 차별을 주는 세가지를 꼽아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첫째는 부모로부터의 자유이다. 이것은 단순히 부모의 간섭이나 떨어져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금수저, 흙수저 담론이 생성하고 있는 ‘세습되는 계급’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세상에 처음 나서 숨이 붙어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 어쩌면 숨이 끊길 그 언젠가 까지 부모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끝없이 그 자유를 필요로 할 것이고 괴로울 것이다. 그 괴로움을 조금이라도 미루기 위해 위장술은 더욱 더 늘어만 간다. 둘째는, 성별로부터의 자유. 어쩌면 부모보다 이것이 더 어려울지 모른다. 내가 나로 있을 때 사람들은 내 부모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내 성별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 더 성별로부터의 자유를 갈망한다. 성별이라는 것이 가진 신체적, 사회적 모든 특징과 특성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셋째는, 외모로부터의 자유. 외모라는 것은 내가 감추고 싶다고 감추어지는 것도 아니고 물론 골방에 틀어박힌다면 감출 수 있겠으나 어딘가에 나서는 순간 모두에게 가장 먼저 비추어지는 ‘나’는 ‘나의 외모’일 수 밖엔 없다. 그래서 나는 외모로부터의 자유를 꿈꾼다. 나의 외모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외모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 서로가 외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금 이야기한 이 세가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나는 비로소 인간이 될 것이다. 자유로운 인간. 그러면 그때서야 나는 세상의 생물 중에서 인간이 가장 고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서야 나는 ‘인권’이라는, 인간으로서 존엄할 권리라는 말을 편안하게 입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유로운 인간.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이 되는 것. 불가능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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