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theora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theora 2016. 5. 8. 00:34

[1] 여러분에게 있어 "종교"란 무엇입니까? 이 책을 읽기 전에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가졌던 생각이, 아마도 이 책을 읽은 후에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어쩌면 생각이 변함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변한 것도 좋고, 변하지 않은 것도 좋습니다. 변했다면 어떻게 변했는지, 또는 변하지 않았다면 변하지 않은 것 그대로, 함께 이야기해봅시다. 

  

초등학교 때 성당에 열심히 다녔다. 물론 엄마가 성당을 열심히 다니셨기에 가게 된 것도 있지만 엄마는 나에게 성당에 가는 것은 너의 선택이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네가 맨 처음 성탄미사에 갔다가 성당에 나가겠다고 했다고 했다며 종교를 강요한 적이 없다는 말들을 하셨다. 아마 종교를 강요하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이라 생각해서 더더욱 내가 성당에 다니게 된 이유를 일깨워주고 싶어서 그러셨던 것 같다. 엄마의 이런 말들은 내가 종교에 대해 갖게 되는 여러 의문과 고민에 아주 큰 부분을 차지했다는 걸, 지금와 다시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초등학교 시절을 성당에서 신나게 보냈고, 미사 의식을 진행하는 일도 맡아 의식을 자주 가까이서 지켜보기도 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고 친했던 친구들이 성당에 나오지 않기 시작하면서 점차 나도 성당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나에게 성당은 친구들과의 놀이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가장 열심히 종교 활동을 했던 기간이지만, 오히려 나에게 성당은 종교로써 기능하지는 못했다. 정말 종교로써 기능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다니던 학원과 동네 성당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었는데 입시에 대한 부담에 힘들었던 나는 매주 화요일마다 미사에 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초등부 주일학교 이후로도 엄마와 주말 교중미사를 가끔 가곤 했고, 무서운 상황에 닥칠때 속으로 하느님을 찾기도 했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냥 전보다 더 자주 미사에 가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평일 저녁 미사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은 나 뿐이었고, 열 명 남짓의 사람들과 미사를 드리고 혼자 기도를 잠시 드린 후 기숙사로 돌아가는 일과를 반복하곤 했다. 그렇게 미사를 드린지 몇 주 되었을까. 어느 날 미사를 드리는 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슬픈 생각울 하고 있지도 않았고, 눈물이 나는 동안 슬픈 감정이 밀려오지도 않았다. 실내였으니 당연히 바람이 분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냥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한번 흐른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미사가 다 끝날때까지도. 지금도 그 때의 그 눈물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하나 확실한 건 그 날 이후로 내 마음도 편안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입시로 스트레스 받는 친구들에게 꼭 기독교가 아니여도 되니 종교를 가져보라고 말하고 다니기도 했다. 그때 만큼은 길거리의 전도사들을 이해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렇게 고삼생활이 끝나고 대학생이 되던 겨울, 나는 나에게 종교를 재정의하겠다고 나섰다. 엄마는 너 고삼때는 그렇게 열심히 성당에 가더니 이제는 안가냐고 했지만 나는 그것보다 더 큰 어떤 종교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 나는 큰 종교의 의미를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단순한 친목의 장이 아니라, 단순히 하소연을 털어놓는 곳이 아니라, 어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 고민을 오래하지 않았고, 친목도 하소연도 맘껏 나눌 수 있는 대학교의 많은 친구들, 공동체에서 종교에 대한 나만의 해석을 차차 잊어갔다. 그런 와중에 읽은 이 책은, 맹목적인 종교인이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만약 내가 대학에 들어가던 겨울, 필사적으로 나의 종교를 해석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읽었어야 할. 그런 책이었다. 


 

[2] 이 책은 종교가 가진 여러가지 미덕과 제도를 담고있습니다. 이번에는 그것들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아래에 두 개의 질문을 제시했습니다. [2-1]은 우리 모두가 답해야하고, [2-2]는 해당되는 분들만 답해주시면 됩니다.


 [2-1] "가장 마음에 남는" 미덕과 제도는 무엇입니까? 또, "가장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미덕과 제도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것들이 왜 본인의 마음에 남았고,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었습니까?


이 답이 종교가 가진 미덕과 제도 인지 잘 모르겠지만, 성서교육의 쇠퇴와 문화 교육의 대두 간의 관계에 대해 논의 한 것이 가장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것들이었다.



 [2-2] 책에 소개된 미덕과 제도 중 본인을 불편하게 만든 것이 있습니까? 혹은, 본인의 생각 및 가치관과 다른 부분이 있습니까? 만약 있다면 그에 대해 적어주세요. 한 부분이 아니라 여러 부분들이라면, 모두 적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공동체 파트의 바보의 날 부분이 불편했다. 얼마전 철학과 윤리학 수업 때 홉스를 다루면서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도 나는 '바보의 날'과 같은 제도가 불편하다고 느꼈다. 홉스는 자연법으로 계약되어 있지 않은 상태의 인간들은 자연상태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그가 인간상태가 아니라 자연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아마도 자연의 존재들(인간,짐승 모두 포함해)이 욕망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그 자연상태에서의 인간은 이성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만을 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경쟁하고, 미워하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런데 여기서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영화 <더 퍼지>에서는, 하루 동안만 모든 욕망을 분출할 수 있게 해주는데, 어떤 범죄도 처벌하지 않아서 궁극적으로는 전체적인 범죄율을 낮추겠다는 의도였다. 이것은 홉스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인간들을 자연상태에 인위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자연상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또 이 책의 바보의 날 이라는 제도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 하지만 나는 이런 행위가 종교적 관점이든, 세속적 관점이든 옳은 결과를 낳으리라고 생각할 수 없다. 오히려 종교에서 이런 제도를 유지했다는 것이 의아스러울 정도였다. 인간의 본성을 알고 있었기에, 그것을 해결하려는 제도로 이것을 만들었다는 설명은 나에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해보고 있는데, 아직 그 이유를 정확히 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만 든다. 홉스가 자연법을 주창했듯, 어떤 해결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나에겐 더 옳아보이기 때문일까. 그 자연상태를 그대로 두는 역발상이 나에게는 아직 익숙치 않아서일까, 불편한 이유를 정확히 표현할 수 없어 답답하다.

 


[3] 저자는 주장합니다. "현대인이 겪는 여러 가지 문제는 기존 종교가 제시해온 해결책에 의해서 성공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 종교는 매우 유용하고, 효과적이고, 지적이기 때문에 신앙인들만의 전유물로 남겨두기에는 너무 귀중한 것이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정말로 종교가 제시해온 해결책이 우리로하여금 성공적인 대처를 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저 신앙인들의 전유물로 남겨두는 것이 더 나을까요? '종교 이런게 다 무슨 소용이람?'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먼저 나는 절대 '종교 이런게 다 무슨 소용이람?'이라는 입장은 못 된다. 책을 읽기 아주 전부터도 '종교' 라는 굳건하고 거대한 산을 어떻게 넘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던 적이 많았으므로. 1번 답에서 길고 길게 말했듯 나에게 종교는 단순한 의미가 결코 아니었다. 그래서 저자의 생각에 더더욱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들게 된 새로운 생각이 하나 있다. 사실 종교라는 것이 그리 특별한 어떤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철학을 공부하고, 나의 존재의 물음을 끊임없이 물어온 나에게 종교에 대한 궁금증은 당연한 것이었다. 종교를 믿으면, 나의 존재의 물음은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종교 안에서라면, 내가 갖는 모든 문제에 대해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했듯, 나는 맹목적인 종교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해서 모든 것을 과학으로 재단하여 실제의 일이 아니므로,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으므로 종교는 의미가 없다, 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온 전통적인 종교들을 넘어서서, 새로운 종교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내가 생각하는 그 종교는 계속해서 '나'에 대한 물음을 가질 수 있는 종교이고, 맹목적인 믿음만을 강요하지 않고 나의 고통과 슬픔에서 길어낸 믿음만을 중요시하는 종교다.



' > theora'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도를 기다리며  (0) 2016.05.31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0) 2016.05.16
설국  (0) 2016.04.08
진격의 대학교  (0) 2016.03.27
몸의 일기  (0) 2016.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