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bokgil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복길 2016. 11. 6. 00:42

[2] 메갈리아, 워마드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이들이 하는 행동, 행위들이 여성인권신장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이유를 적어주세요.

 

메갈리아, 워마드가 한국사회에 기여한 점은 생각보다 뚜렷하다. 문제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주었다는 것. 작년 여름 극장가를 달궜던 영화 <베테랑>에 등장한 대사,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되지 않지만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그랬어요.” 메갈리아와 워마드는 한국사회에서 그동안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매장되었던 대한민국 속 여성들의 삶을 강하게 문제 삼으면서 누군가에게는 짜릿한 통쾌함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적잖은 당혹감을 선사했다.

 

커뮤니티는 여성들이 그 동안 하지 못했던, 하지 말라고 암묵적으로 강요당했던 것들을 토해낼 창구가 되어주었고 그곳에서 여성들은 스스로가 누구와도 다르지 않은 인간임을 자유롭고 확연하게 확인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그 갈등은 지금도 진행 중에 있고 앞으로도 쉽게 잦아들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미 승자는 정해져있다는 것이다. 언제 그 승전보가 울릴지의 문제이지 누가 이기느냐의 문제는 사실 끝났다.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진보를 향해 나아가 왔고 앞으로도 그 방향성에는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시대의 흐름은 이미 여성을 향해 있다. 남성들은 이 거대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역행이라고 믿는 신념을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 물론 모든 남성들이 같은 역치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해도와 수용력의 차이는 존재할 수 있지만 이 흐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이제는 해야 할 때이다.

 

질문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답하기 위해 나는 메갈리아와 워마드를 직접 체험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난 메갈리아를 방문해 보았다. 대한민국 사회 속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남성위주의 사고에 진절머리가 난 이용자들은 거침없는 표현들로 그간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던 차별과 고충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끈끈하게 연대하고 있는 듯 보였다. 종종 존대를 하는 이용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반말로 소통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였다. 한창 이러한 커뮤니티들이 세간에 관심을 끌었을 때 접했던 용어 말고도 마치 그들만의 암호처럼, 한번 봐서는 그 의미를 추적하기 어려운 새로운 용어들도 정말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일베같은 대표적인 여성혐오사이트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의 주어를 여자에서 남자로 바꿔서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커뮤니티를 탐방하면서 한 가지, 내가 신기하면서도 걱정스러웠던 부분은 글을 게시하는 사람과 그 게시물에 댓글을 작성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한국에서 살고 있는 남자들을 포기?한 것처럼 느껴졌다는 사실이다. 한국남자들은 계몽이나 개선의 여지가 없으며 그냥 무시하거나 확실하게 눌러 놓아야 한다는 입장의 글들이 많이 보였다. 그러한 생각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여성들이 겪고, 참고 살면서 쌓였던 분노의 총량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물론 분노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 누구든지 한번쯤 고개를 돌려 성난 이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노의 지속은 분노하는 당사자도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지키게 만들기 마련이다. 메갈리아와 워마드가 한국사회에 던졌던 메시지,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는 초반의 방법론은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남자들을 완전히 배제한 채 사는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일부 남성들에게서 보이고 있는 일말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아직 턱없이 부족하고 도착점은 멀지만 결국 페미니즘이 차별없는 세상을 추구하는 것이 맞다면 차별을 만들고 그 차별에 무뎌진 사람들을 끝까지 지켜봐 주는 것도 페미니즘의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관용과 신뢰가 언젠가 응당한 보상으로 돌아올 것을 확신한다.

 

 

 

 

[1] 이 책을 읽고 느낀점을 적어주세요.

 

적당히 재미있었고 적당히 불편했습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적당한 불편함을 이렇게 적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여성의 인권이 남성에 비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 여성들이 제대로 가진 바 능력을 뽐낼 수 없는 사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저런 것까지?’ 하고 느껴지는 저를 보고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걸 스스로 실감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오찬호 작가는 사회학자이고 인문학서적을 많이 써왔지만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그가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왜 그럴까 스스로 생각해보니 그는 스스로가 다루는 주제들에 깊고 충분하게 체화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글 곳곳에는 감정과 기분들이 빽빽하게 배어들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함께 호흡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이런 능력은 끝없이 개인들과 시스템을 관찰해야 하는 사회학자로서, 독자들이 쉽게 책을 덮지 않도록 만들어야 하는 작가로서 아주 빼어난 그만의 재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그의 재능이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해내지만 때때로 과하게 개인적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책이 그동안 차별을 당해왔던 여성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는 것을 작가 스스로 인정한다면, 조금 더 다양한 사례와 데이터들이 존재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물론 여성들에게 일어나는 생활 속의 차별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영역에서 벌어진다고 하지만 책은 조금 더 이 문제를 공적으로 다뤘어야 했다는 것이 제 생각 입니다. 여성들의 문제를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들, 여성들이 이런 얘기를 할 때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사람들은 특히 이런 문제를 접할 때 더욱 더 냉정하고 논리적으로 접근하려 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완전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그렇기에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조금 더 객관적이고 많은 표본을 통한 데이터가 많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굳이 친절하게 설명해줄 필요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책을 통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같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가 한 발자국씩, 못해도 반발자국씩 빼야한다는 걸, 끝없이 문제 삼아야 그 중에 단 하나라도 괜찮아 질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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